본회의 올라간 양곡관리법, 다시 법사위로…野 반발하며 퇴장
與, 임대차법·검수완박 언급하며 “파렴치라는 말 쓰면 안 된다”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16일 여야가 또다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해당 법안에 대해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만큼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절차·내용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위헌 여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는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 회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이날 상임위 의결에 따라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있는 해당 개정안을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사위 2소위에 회부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해 퇴장했다.
김 위원장은 직권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2소위로 회부했다. 해당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으며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전부 사들이도록 의무화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법사위 2소위에 계류돼도 본회의 부의를 위한 표결은 진행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이 간호법 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직행을 막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이 의결돼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에 대한 무기명 표결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이 단독으로 상정해 2소위에 회부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뿐만 아니라 방송법, 간호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안이 법안 심사라는 미명 하에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양곡관리법 문제를 양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환원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겠냐”고 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왜 이렇게까지 무리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방송법, 간호법, 지금 오후에 처리해야 할 것까지 2소위로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간사 간 사전 협의를 통해 2소위 회부 여부를 결정한 바 없다”며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고 다른 여타 법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한 게 문제냐. 아니면 소위에 회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각자고 결정한 게 문제냐. 형평성을 따져보라”고 맞받았다.
야당이 일방적인 의사 진행을 문제 삼자 김 위원장은 과거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임대차법을 언급하면서 “관련 법안을 시뮬레이션이라도 한번 하고 처리하자고 애절하게 호소했음에도 기립 표결해서 얻은 게 무엇이었냐”며 “파렴치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여야 간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기 의원이 “말이 안 된다. 사과하라. 왜 일방적으로 결정하냐”고 항의하자 김 위원장은 “그러면 민주당이 지금까지 날치기 처리한 것도 다 환원하고 사과할 거냐”며 “민주당 위원들은 파행을 유도하러 들어왔냐”고 맞받았다.
민주당 측에서 “국회법에 따라 한 것과 위원장 마음대로 한 건 다르다”, “언제 적 얘기를 하시냐”고 하자 국민의힘 측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언급하며 맞섰다.
여야 공방 끝에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위원장은 다수 의원 반대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2소위에 직권으로 회부하는 폭거를 자행했다”며 “검찰 독재로도 성이 차지 않는지 위원장 독재까지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간호법, 의료법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조속 처리를 촉구한 6개 개정안,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등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관 3개 개정안 등에 상정을 제안했다”며 “결국 제2, 제3의 양곡관리법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법사위를 동원해 국회법에 따른 적법한 절차 진행을 가로막고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야당의 정당한 노력에 어깃장을 놓는 청개구리 행보”라며 “법무부, 감사원 업무보고에 앞서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가기 위한 의도가 있음도 명백하다”고 했다.
한편 법사위는 이날 민주당 측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간호법 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을 2소위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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