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압박 통했다 … 기준금리 줄인상에도 대출금리 더 내릴듯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3. 1.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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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금리 11개월만에 하락
급등했던 예금금리 내리자
대출금리 기준 코픽스도 하락
한은 금리인상 끝물 관측에
대출금리 연 5%대 수렴 전망
외환시장도 점차 안정 되찾아
원화값 9개월여 만에 최고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가 11개월 만에 떨어져 대출금리 부담이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가 17일부터 내리면서 금리 추이를 보여주는 '상단'은 연 6~7%, 은행 창구에서 고객에게 적용되는 '하단'은 연 5%대가 될 전망이다. 새해 들어 주담대 상단이 8%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다. 코픽스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치솟던 대출금리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05%포인트 하락함에 따라 우리은행의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코픽스 하락폭만큼 내려 연 6.36~7.36%로 조정된다. 다만 잔액 기준 코픽스는 0.33%포인트 높아졌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0.27%포인트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으로 예금금리가 연 5%에서 4%대로 떨어진 작년 12월 수신상품을 기준으로 산출하지만, 잔액과 신잔액과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체 금융상품 잔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예금금리 하락분이 더디게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가 연 5.78~7.48%에서 연 5.73~7.43%로 살짝 떨어지지만, KB국민은행 고객 대다수가 이용하는 신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는 연 5.35~6.75%에서 연 5.62~7.02%로 높아진다. KB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들처럼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늘려 주담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픽스가 내림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금리 인상 자제령과 모니터링 효과가 컸다. 코픽스는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작년 7월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작년 10월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채 발행이 중단됐고, 은행들 간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예금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작년 11월 기준 코픽스는 4.3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를 비롯한 금리 변동이 반영되는 구조로 수신상품의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오른다. 대다수 은행은 코픽스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조정한다. 즉 예금금리가 오르면 코픽스가 오르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10~11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 대비 예금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에 대해 창구 지도에 나섰다"며 "이후 시장 안정으로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대비 적정 수준으로 안정되며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도 안정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가계대출금리 급등세는 사실상 멈췄다. 채권시장에 온기가 빠르게 돌면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내리며 대출금리 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신한은행 주담대 금리는 연 4.71~5.76%로 작년 12월보다 0.87%포인트 떨어졌고, 하나은행 주담대 금리도 연 5.678~6.278%로 같은 기간 0.627%포인트 내렸다. 4대 은행 신용대출금리도 한 달 새 상·하단이 1%포인트, 0.7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당 원화값이 전 거래일 종가보다 6.0원 오른 1235.3원에 마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4월 18일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김호영 기자>

대출금리 인하 추세가 굳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 가계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한은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퍼센트 올리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에선 연말까지 이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정형 주담대와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금리도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자금시장 '위기설'이 돌았던 작년 11월 5%대로 올랐던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새해 들어 4.145%까지 떨어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도 작년 11월 최고 5.107%에서 올 들어 4.104~4.33%대로 내렸다. 해가 바뀌고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은행 예·적금 금리도 연 5%대에서 3% 후반대로 떨어졌다.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거의 사라진 셈이다. 작년 한때 기준금리 연 3%, 예금금리 연 5%, 대출금리 연 7%로 예상됐지만, '3-4-5'로 수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은행 대출금리의 지나친 인상을 견제하겠다는 취지의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오르던 대출금리가 안정세를 되찾은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해 예대 스프레드(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커지면 자칫 가계와 기업에 신용 취약 차주가 늘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독점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는 만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당국의 관리감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픽스 금리 하락'이 금융당국 관치에 따른 시장 왜곡이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치'라고 염려한다.

한편 원화값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1235.3원에 마감했다. 작년 4월 18일(1234.4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1231.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로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일본중앙은행(BOJ)이 통화정책을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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