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른 게임 생각 안날 정도로 재밌어?" 에버소울 리뷰
"다른 게임 생각 안 날 정도로 재밌습니다"
자신만만한 김철희 나인아크 에버소울 PD의 발언은 공개 당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에버소울 출시 직후 커뮤니티에서는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오는 짤.jpg'이라는 유머로 돌아다니기도 했죠.
현재 에버소울은 양대 마켓 매출 10위권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엔 잠잠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신규 유저가 유입된 케이스죠. '이 게임 할 만 하냐', '재밌다는 소리 듣고 왔는데 진짜냐' 등 오픈 이후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신규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에버소울은 얼핏 보기에는 그냥 'AFK 아레나' 류의 방치형에 서브컬처 스킨을 씌운 게임으로만 보입니다. 왜 사람들은 일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하는 걸까요? 직접 세세하게 살펴봤습니다.
장르: 모바일 수집형 RPG
출시일: 2023년 1월 5일
개발사: 나인아크
플랫폼: 모바일
■ 나도 모르게 들어가보게 만드는 마성의 게임
릴리스게임즈의 AFK 아레나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래 방치형 혹은 방치형 요소를 일부 차용한 게임은 꾸준히 출시되어 왔습니다. 당장 근래 출시된 '승리의 여신: 니케', '메멘토 모리' 등도 재화 수집이나 성장 등에 방치형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죠.
바쁘고 피곤한 현대인에게 휴대폰을 덮고 있는 시간에도 스스로 성장하는 방치형 시스템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귀찮은 재화 수집은 자동으로 맡기고, 내가 원하는 재미있는 파트만 원하는 시간에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에버소울은 이 재미있는 파트를 최대한 유저의 니즈에 맞도록 폭넓게 제공합니다. 전선과 모험 등 전투 콘텐츠 뿐만 아니라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를 가미한 인연 시스템, 조경물 배치를 통한 영지 꾸미기, 프로필 제작 등 다른 서브 컬쳐에서 본 익숙한 시스템들을 게임 속에 잘 녹여냈죠.
이 콘텐츠들이 물론 굉장히 큰 볼륨,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테이지 진행이 가로막힌 이후에도 게임을 접속하게끔 동기 부여를 해 줄 정도로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원래 용무가 끝나도 접속한 김에 괜스레 이것저것 건드려보기 마련입니다.
가령 영지 아르바이트 확인하러 접속했다면 전리품을 눌러 괜찮은 예장 획득했나 체크해 보고, 로비에 서 있는 정령을 괜히 한 번 터치하고, 정 할 일이 없거든 에버톡에 접속해 그간 밀린 인연 스토리를 읽는 식입니다.
괜히 '이 게임 잘못 켰다가 밤 새우고 출근한다', '시간 삭제 게임'이라는 후기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기자도 전선만 뚫고 자려다 아침 해를 맞이한 적이 있습니다.
■ 진형과 배치라는 전략성을 곁들인 전투
에버소울의 전투 시스템이 독창적이고 혁신적이지는 않습니다. 익숙한 타입 상성, 탱커와 딜러, 서포터 분류, 심지어 캐릭터의 성장 한계를 높이는 돌파와 레벨 동기화를 통한 성장 시스템까지 우리가 알던 그 맛입니다.
다만 이 게임은 여기에 진형과 배치 요소, 스킬 발동 타이밍을 넣어 전략성을 높였습니다. 아군의 진형 및 배치에 따라 전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진형 버프가 아군 정령의 스탯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가 배치에 따라 스킬 대상 및 어그로 대상이 변경되기 때문이죠.
가령 악명 높은 뉴비 절단기 10-40을 예로 들어봅시다. 전열의 아드리안이 아군 딜러를 끌고 가면 아야메의 장판 스킬 및 적 진영의 일점사로 바로 리타이어시키는 극악한 콤보를 자랑하죠.
이 경우 탈리아의 명중 디버프를 믿고 딜러가 아군을 끌고 가지 않을 때까지 리트라이 하거나, 전열에 클라라를 배치해 아드리안의 광휘의 고리 발동 시 기절을 먹여 스킬 발동을 캔슬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일부러 끌려가게 만든 뒤 범위 무적 및 보호막 스킬을 지닌 캐서린으로 죽지 않게 케어하는 전략도 있을 수 있고요. 후열에 돌격하는 클레르로 장판 어그로를 분산시키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이런 전략적 요소를 잘 활용한다면 부족한 캐릭터 풀, 낮은 전투력으로도 전선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죽기 전에 죽인다'는 메타로 강력한 친구의 고렙 정령 버스에 탑승하는 것도 가능하죠.
특히 친구 정령 대여 시 스탯 상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스테이지 진행이 막힌 채 재화만 수거하다가 꺾일 유저의 마음을 배려한 조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몸을 비틀어 깨는 재미 뿐만 아니라 유저의 피로도까지 신경쓴 거죠.
■ 훌륭하나 미완성인 인연 시스템
인연 시스템 또한 어디서 많이 본 형식입니다. 최근 다수 출시되고 있는 비주얼 노벨 형식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연상되는데요. 유저의 선택지에 따라 엔딩 분기가 갈리는 점도 매우 흡사합니다.
선물이나 나들이를 통해 정령과의 사이를 돈독하게 하고, 에버톡을 통해 소소한 대화를 나누거나 인연 스토리를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친밀도 수치에 따라 키워드를 입수하는데, 나들이에서의 키워드 대화를 통해 정령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죠.
물론 현실과 달리 에버톡을 며칠 간 방치한다고 정령들이 화내거나 호감도가 하락하지는 않습니다. 인연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인연 레벨 상승이 멈추지도 않고요. 너를 불편하게 하지 않겠다, 하고 싶을 때 스토리를 진행하라는 개발진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서브컬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요소를 살리되 적당하게 밸런스를 조정한 정령의 캐릭터성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서브컬처 마니아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아 매력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만 도리어 일반 유저들에게는 어필하는 요소이기도 하죠.
풀 더빙 및 전용 CG, 트루 엔딩으로 해당 정령의 코스튬을 제공하는 인연 스토리의 분량 및 퀄리티는 꽤 준수합니다. 출시 전 인연 시스템이 핵심 요소라 홍보할만 했죠.
다만 출시된 에픽 등급 정령 중 인연 스토리가 출시되지 않은 정령이 많은 것은 아쉽습니다. 인연 스토리가 존재하는 정령을 세는 편이 더 빠를 정도예요. 앞으로도 꾸준하게 신규 캐릭터가 출시될 텐데 대체 어느 세월에 모든 정령의 인연 스토리를 업데이트할 지 우려됩니다.
■ 생각했던 것보다 맵지 않은 과금
찍먹 리뷰에서 돌파 시스템이 굉장히 매콤해보여 어느 정도 과금이 필요할 지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할 만 했습니다. 특정 단계에서만 에픽 플러스 등급의 동일 정령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특히 우정 뽑기를 통해 레어 수급이 어느 정도 가능하며, 타입 소환권으로 특정 종족 레어 위주로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이 돌파 난이도를 낮추는 데 꽤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현재 픽업 중인 정령이 메피스토펠레스 뿐이라 원하는 타입 파티 위주로 꾸릴 수 없다는 점이 불편했네요. 특히 전선을 돌파하려면 딜러 레벨이 중요한데, 주력 딜러로 사용 중인 비비안의 돌파가 레전드리 등급에 멈춰 있어 딜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레벨 동기화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니콜을 올리고 있습니다. 팔자에 없던 메피스토펠레스 픽업 가챠를 진행하기도 했네요. 메피스토펠레스는 넉넉하게 나왔습니다만 요정 위주로 타입 소환 티켓을 사용한 탓에 아직 이터널 승급은 요원해 보입니다.
■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
에버소울은 완벽한 게임이 아닙니다. 출시 이후 유저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해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여러모로 미흡한 게 사실이죠.
부족한 편의성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특히 이런 장르는 부족한 전투력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수십 번 스테이지를 트라이하기 마련인데, 재도전 기능이 없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었어요.
적 아드리안의 광휘의 고리에 내 생때같은 딜러가 끌려가는 것도 서러운데, 퇴각하기 위해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면 등장하는 상성 창은 정말이지 분노를 불러 일으키더라고요. 전투 퇴각 시 긴 로딩과 바로 재입장하지 못하는 점 또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은 소통과 피드백 중심의 고객 지향적 운영 덕분일 거예요. 이슈 발생 직후 발 빠른 대응 및 피드백으로 '지금은 다소 부족할 지언정 이 게임은 점차 나아질 것이다'라는 유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죠. 버그 및 오류, 부족한 편의성 등 여러 논란에도 에버소울이 순조로운 항해를 지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미는 확실하게 증명됐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령과 에덴의 미래는 창창할 것으로 보입니다. 19일 업데이트 예정인 설날 이벤트가 기대되네요.
1. 전략적 전투와 매력적인 인연 시스템
2. 영지, 셀프 프로필 등 나쁘지 않은 전투 외 콘텐츠 퀄리티
3. 개발사의 소통 및 빠른 피드백
1. 여타 방치형 게임과 차이점 크지 않음
2. 미흡한 편의성 기능
3. 메인 및 인연 스토리 분량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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