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효율 개선하려면 유럽식 장기휴가 필요
노동시장 개혁에는 노동시간 유연화뿐 아니라 휴가제도 개편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휴가제도에 따르면 정규직 직장인은 연 15일 유급휴가가 발생하는데, 1년 이상 근로하면 2년마다 유급휴가 1일이 추가로 생기고, 25일을 한도로 한다. 그렇지만 한국 직장인은 이를 쪼개 쓰거나 남겨서 연차보상비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휴가를 제대로 다 쓰지 못하는 비율이 높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조사한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근로자는 연차 소진율이 평균 58.7%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 75.3%였던 연차 소진율이 2020년 63.3%로 줄어든 이후 더 감소한 수치다. 조사는 작년 전국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5070개 표본사업체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한 이유는 '업무량 과다 또는 대체인력 부족'(39.9%)이 가장 많았다. '미활용 연차휴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23.2%), '근로자가 쓰지 않아서'(20.5%), '상급자 및 동료의 눈치'(15.2%)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한국 휴가문화는 통상 2주에서 3주까지 휴가를 몰아 쓰는 유럽 등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동안 유지돼온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는 데 연차 휴가제도 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사전에 협의해 연말이나 휴가 기간에 2주 정도 장기휴가 기간을 지정한다. 사용자는 근로자 휴가를 미리 알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을 높여 경영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근로자는 긴 휴가를 누릴 수 있어 이득이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에서 개별 근로자들이 중구난방으로 휴가를 가는 것 대신 계절적 수요에 맞춰 장기간 휴가를 가면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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