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급물살 탈까···SK·삼성물산 등 영향 주목

권정혁 기자 2023. 1. 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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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 사진. 문재원, 권도현 기자

금융당국이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통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그간 지배주주의 경영권강화에 주로 쓰였던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자사주 비중을 늘려온 SK, 삼성물산 등의 주가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측은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확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자사주란 말 그대로 기업이 과거 발생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뜻한다.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결권이 제한되는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배주주 지분의 의결권을 강화시키는 데에 쓰인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날 하이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자사주 소각 여부에 주가가 민감할 수 있는 기업으로는 자사주 비중이 높은 SK, 삼성물산 등이 꼽힌다.

지난해 9월말 기준 SK 그룹은 전체 주식의 24.4%(1812만6820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또한 자사주 비중이 13.2%(2342만2688주)에 달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남용 가능성을 줄이면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향후 자사주 소각 여부가 주주환원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이자 주가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좌측), 삼성(우측) 지분 비중. 각사 제공, 하이투자증권

실제 자사주를 단순히 매입하는 것보다 매입 후 소각했을 때 주가 상승 유인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각이 이루어질 경우 총 발행주식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당 순이익(EPS)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당 가치 상승 효과가 있으려면 자사주 소각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회사돈을 써서 주식을 없앤 것이므로 투자자들에겐 일종의 배당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자사주의 자산성을 인정하지 않아 소각하는 경우가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은 자사주 매입이 대부분 소각으로 이어지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자사주를 시장에 재매각할 경우 기업공개(IPO)만큼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할 뿐더러 소각하지 않는 자사주는 시가총액 산출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시장에 재매각할 경우 주식을 처음 발행했을 때와 같이 증권거래위원회(SEC) 승인을 위한 재등록 의무가 있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제한하고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를 강제 소각하게 되면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을 상대로 마땅한 방어 방법이 없다”면서 “(강제 소각은) 재산권과 관련한 문제이기 때문에 관계 기관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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