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파키스탄 PTA 매각 … 유동성 숨통

조윤희 기자(choyh@mk.co.kr),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3. 1.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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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47억원에 사들여
13배 남기고 1900억 현금화
인수합병·시설투자 부담 덜어
고부가 소재사업에 집중키로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와 계열 건설사 유동성 악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롯데케미칼이 파키스탄 자회사 매각에 성공하며 재무 부담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그룹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1900억원대가 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롯데건설이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 인수 대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원매자와 접촉한 끝에 파키스탄 화학회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거래 대상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LCPL의 보유지분 전량(75%)으로 거래 가격은 1923억원으로 확정됐다.

인수자는 현지 화학회사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다. ICI파키스탄으로 현지 증시에 상장돼 있던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로 사명을 변경했다. 롯데케미칼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양측은 오는 26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파키스탄 반독점 당국의 기업결합신고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LCPL은 롯데케미칼이 2009년 네덜란드 페인트업체 아크조노벨에서 147억원에 인수한 업체다.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테레프탈산(PTA)을 주로 생산한다. 회사는 2021년 약 4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케미칼은 LCPL 인수 후 10년 만에 인수 가격의 13배로 재매각하게 됐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롯데케미칼 종가는 전일 대비 1.96%(3500원) 오른 18만2500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사업 효율화를 꾀하는 차원에서 해외 자회사 정리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측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확대라는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그룹 측은 지난해 말까지 파키스탄 석유화학회사 노바텍스와 협상을 이어갔다. 노바텍스는 당시 지분 인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파키스탄 증권거래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가 전 세계적 금리 상승 기조와 고환율 여건 속에서 달러화 등 자본 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일부 절차가 더디게 진행됐고, 협상은 이달 초 최종 결렬됐다.

결렬 직후 롯데케미칼 측은 파키스탄 현지 사정을 살피며 다른 원매자를 찾았고, 럭키코어인더스트리즈 측과 조속히 협상을 진행했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7월 LCPL 주가는 주당 30파키스탄루피(PKR)를 보였는데 최근 27루피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417억파키스탄루피(약 2500억원) 수준이다.

2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단번에 수혈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다음달 말까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2조70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 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중 1조원 이상은 공모 형태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롯데물산, 롯데호텔, 롯데정밀화학 등 계열사와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 지원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운영 펀드를 조성하면서 모회사 롯데케미칼의 자금 운영에도 여유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에서 빌렸던 5000억원을 이달 조기 상환했다.

계열사의 대여금 조기 상환으로 보다 안정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해진 롯데케미칼은 수소·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투자를 계획대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조윤희 기자 /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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