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한전, 8천억 광산개발 실패에 발동동
환경단체 반발에 개발 차질
법적 공방 끝에 최종 무산
누적 손실만 최소 5000억원
광산용지에 태양광 사업 추진
한전 "1분기 중 계획안 수립"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에 대한 한국전력의 손실 보전 대책이 3년째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10년부터 8400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손실을 메꿀 마땅한 대안도 정해지지 않아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전의 석탄화력 위주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신속하게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은 바이롱 석탄광산사업 용지에 태양광발전을 건설하기로 하고 자체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1분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올 1분기에 나올 예타 결과를 검토해 바이롱 태양광사업 추진 여부를 내부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애초 한전은 해당 용지에 수소 생산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태양광발전을 택했다.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바이롱밸리에 있는 노청과 지하탄광을 개발해 발전용 유연탄을 발굴·채취하는 사업이다. 한전은 2010년 다국적 광산 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으로부터 해당 광산을 약 4600억원에 인수했다. 연간 650만t 규모의 석탄 생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추가 비용 등을 더하면 한전과 5개 발전자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는 이 사업에만 84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러나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은 지역 환경단체 반대에 막혀 난항을 겪었고 2019년에는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PC)가 유연탄의 탄소 배출 등 기후변화를 이유로 개발사업을 불허했다. 이에 한전은 IPC의 최종 평가 과정에서 일부 법령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며 2019년 12월 호주 토지환경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지난해 2월에는 호주 연방대법원(HCA)마저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최종 무산됐다.
손실 보전에 대한 한전의 대책 마련이 지연되면서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1년까지 파악된 자산손상, 기타대손상각비 등 손실발생액은 5057억원에 달한다. 또 한전은 2020년부터 2년간 지급 보증한 현지 법인 금융부채 3200억원(약 2억6100만달러)을 대신 변제하고 매년 100억원 규모의 이자도 대납했다.
한전의 손실이 누적되자 지난해 8월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바이롱 석탄광산사업에서 더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현실적인 사업 개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한전은 호주 현지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신재생에너지사업 전환 작업에 착수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리스크'를 외면한 무리한 자원 개발이 대규모 손실을 불러왔다고 꼬집고 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전의 바이롱 석탄광산 투자 좌초는 사업의 ESG 리스크에 대한 공공기관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석탄뿐 아니라 화석연료 신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막대한 공적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석탄화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한전은 현재 24개국에서 46개 해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별 규모로 보면 중국 산시성 석탄발전(8350㎿)이 가장 크다. 전체 해외 사업 규모에서 3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다.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5600㎿), 인도네시아 자바 석탄발전(2000㎿) 순으로 크다.
석탄화력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해외 원전 수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전은 현재 6개국에서 총 7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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