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리스크 진단 나선 금감원…"직접 영향은 낮아"(종합)
기사내용 요약
전문가들 "은행예금 대체시 금융시스템 리스크 확대 가능성"
금감원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시장 연계성은 아직 제한적"
[서울=뉴시스] 김형섭 최홍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 시장의 급성장과 관련해 기존 금융시장에 미칠 리스크 진단에 나섰다.
미래에 가상자산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금감원은 일단 현 수준에서 금융 안정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상자산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계성이 앞으로 확대될 것인 만큼 회계 기준 강화 등의 관리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16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학계와 연구계, 업계 등 금융·가상자산 전문과 12명이 모인 가운데 '가상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를 열어 가상자산 관련 잠재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이대기 금융혁신연구실장은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의 상호관계' 주제발표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은행예금을 대체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상승과 자금중개 기능 약화, 자원배분의 효율성 저하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법정화폐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할 경우 은행은 소매 예금을 빼앗겨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실물경제의 신용공급 규모 축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금융기관의 자금 재분배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거나 상환 능력에 대한 신뢰가 상실될 경우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 했다. 그는 "대규모 상환을 위해 준비자산을 강제 청산하면 시장 유동성과 자산 가격이 내려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떨어진 자산 가격과 유동성은 준비자산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지폐나 동전을 대체할 목적으로 발행을 모색하고 있는 CBDC는 그 공신력을 바탕으로 체크·신용카드나 인터넷 뱅킹, 간편송금 등을 대체할 것이며 지급 및 송금을 위해 예치된 은행 예금 중 일부가 CBDC로 대체돼 은행 예금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과 마찬가지로 CBDC 도입은 은행의 자산건전성 저하와 시스템 리스크 등을 야기하며 금융 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 연구실장의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가장자산 급락이 가져올 당장의 금융시장 리스크를 지적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국 가계의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약 700만명으로 20~30대가 전체 55%를 차지하며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다"며 "30대 남성 10명 중에 4명 꼴로 가산자산 급락 때문에 보유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높은 이자로 신용대출을 받고 개인 회생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침체, 그리고 잠재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MZ세대의 금융 안정도를 저는 심각하게 봐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예금을) 예치한 고객이 상당히 많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된 현금 규모가 약 5조2000억원에 달하는데 만에 하나 코인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뱅크런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제도(AML) 의무 위반으로 1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사례도 언급하면서 "해당 거래소 고객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해킹 및 피싱으로 수백만 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가상자산)은 국경 간 연계성까지 갖추면서 금융 불안정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했다.
반면 금감원 김부곤 디지털혁신국장은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776억8000만원 어치로 이는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 18조9000억원 대비 0.4%에 불과하다.
국내 금융사가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직접 제공한 사례도 없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 금융시장 간 연계성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다만 "최근 두 시장 간에 직·간접적인 연결고리가 발생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향후 감독당국 및 학계 등의 관련 연구 및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에서는 테라-루나 사태를 기점으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본격 규제 방안을 도입 중이며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금감원의 대응 계획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리스크 점검 ▲고위험 요인에 대한 중점 모니터링 ▲신규 리스크 요인 발굴 등을 소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금감원은 올해에도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해 다양한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회계기준 정립을 통해 충실한 회계정보 공시를 유도하고자 한다"며 "가상자산 발행과 보유와 관련한 회계상 주석공시 의무를 신설하고 모범사례도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 간 상호 연계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감독당국이 잠재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모니터링 툴 개발을 예고했다.
이 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며 "가상자산 관련 모니터링 툴 개발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잠재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과 관련해 금융회사, 가상자산 업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설문조사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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