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사람 같은 AI' 챗GPT가 던진 숙제
업계선 '외계지능'으로 불러
다양한 이미지·문장 학습해
독창적인 데이터 내놓기도
사람과 기계의 경계 사라져
인간다움에 대한 탐구 필요
"구글 검색엔진과 챗GPT 가운데 누가 더 정확하니?"
"모두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정보의 정확성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인 대화형 챗봇 챗GPT에 물으니 내놓은 답변이다. 구글 검색엔진과 챗GPT 자신을 비교해 달라고 입력하니 "구글은 검색엔진이기 때문에 색인을 생성하는 웹페이지 품질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지고, 뉴스는 더 정확할 수 있지만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스스로에 대해선 "대규모 데이터 세트로 훈련된 언어 모델"이라며 "자연어 입력을 이해하고 응답하며 질문에 답하고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지만, 정확성은 학습된 데이터의 품질과 질문의 특정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솔직히 평가했다.
챗GPT는 백과사전식 답변은 물론 시, 소설, 대학 리포트, 코딩 작성까지 가능한 만능 인공지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원본과 유사하나 독창적인 데이터를 생성한다. 그림을 그리고 가상 인간을 만들며 심지어 코딩까지 짜준다.
오늘날 실리콘밸리 투자 업계는 산업의 판을 바꿀 무기로 평가받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심취했다. 현존하는 일러스트레이트 도구, 인공지능 음성 비서, 검색엔진을 생성형 모델과 비교하면 구시대 유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CES 2023에서는 2025년 이전에 크리에이터 산업 중 95%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케빈 켈리와 같은 테크 업계 구루는 인공지능이 아닌 외계지능(Alien Intelligence)이라는 표현을 썼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자금난을 겪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에는 뭉칫돈이 몰린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지난해 매출액이 8000만달러(약 985억원)로 추정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290억달러(약 35조7000억원) 기업가치로 100억달러 투자를 고려 중이다. 2021년 설립된 재스퍼는 1년 만에 기업가치가 15억달러로 급등했으며, 스태빌리티AI는 창업 2년 만에 10억달러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이를 두고 세쿼이아캐피털은 "향후 수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문제는 인간 영역의 파괴다. 작가들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원작 도둑질'이라고 주장한다. 학습한 이미지나 문장들도 분명 원저작자가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것 역시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작곡 알고리즘이 1970년대 처음 등장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영역이 붕괴하는 이른바 트랜스휴먼(Trans Human)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생성형 모델의 등장은 그 붕괴 속도를 100배나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만큼이나 어느 때보다 사람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덕 실리콘밸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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