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승만·박정희·YS 참배···당대표 출마 기정사실화
김·나·안 3강 구도 전망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16일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영원히 사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며칠 전 자신을 해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순방 성과를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나 전 의원의 이런 행보에 국민의힘에선 당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김기현 의원과 나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의 3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이승만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아뵀다. 독립유공자묘역과 무명용사묘역도 둘러봤다”며 참배 사진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정부와 싸웠던 이력을 열거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된다. 오늘 세 분의 전직 대통령님 앞에서 그 약속을 말씀드렸다”며 “우리는 오늘만 살수도 없고 내일만 기다릴 수도 없다. 영원히 사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보수의 대표 주자로 매김하면서 당대표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SNS에 “무원스님께서는 (지난 13일) ‘무소의 뿔처럼···’을 말씀하신다”고도 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불교 경전 구절을 인용해 외롭고 힘들어도 대표 출마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은 “2019년 당원과 함께 ‘조국 사퇴’를 외쳤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치의 결단’으로 답했다”며 “그렇게 우린 정권교체의 씨앗을 함께 심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SNS에 윤 대통령이 UAE에서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약속을 받은 성과를 언급하며 “가슴이 벅차오른다”,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1시간 가량 막걸리 회동을 하며 서울시와 전당대회에 대한 조언을 주고받았다. 그는 오 시장을 만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친윤계가 자신을 반윤이라고 공격한데 대해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같다”고 반박했다. 그는 17일엔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으로 방문했던 대구 동화사를 찾는다.
윤 대통령이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하며 ‘나경원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냈지만, 나 전 의원은 꿋꿋이 윤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장제원 의원 등 강성 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맹공을 퍼부은 것과 온도차가 크다. 자신을 ‘반윤 우두머리’로 몰아가는데 대해 이날 “난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성 친윤계에 적극 반박하고 싸우면서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등지는 상황은 피하겠다는 분리 대응 전략이다. 향후 대통령의 대처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김기현-나경원-안철수’의 3강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설 연휴가 며칠 남지 않은 이날까지 출마를 준비하는 기류가 감지되지 않는다.
‘윤심 주자’로 상승세를 탄 김 의원은 설 연휴를 계기로 대세론을 굳힌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다른 주자들의 김 의원 집중 견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결선투표에서 나 전 의원과 안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으로 연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의원은 장 의원과의 ‘김장연대’ 굴레에서 벗어나 확장성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대현’(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며 “김장연대란 말은 이미 벌써 다 철이 지났다. 그런 용어는 더 이상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라는 결실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장연대가 당권 레이스 초반엔 윤심 주자로 인식되는데 도움을 줬지만, 다른 주자들로부터 ‘공천연대’, ‘영남연대’란 공격이 이어지고 장 의원이 공천권을 휘두를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이제 와서 숨기고 싶은가보다”며 “숨긴다고 숨겨질까”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