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CATL ‘배터리 공장’ 걷어찬 버지니아주···“중국 공산당 위협 막아야”
미국 버지니아주가 갑자기 자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중국 배터리기업 CATL의 합작공장을 유치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북미 각 지역이 저마다 반도체·배터리 공장 등 ‘제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와중에 이례적인 행보다. 내년도 미국 대선과 맞물려 보수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반중국’ 정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사들이 북미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 주지사는 지난 11일 주의회 개원연설에서 “포드와 중국의 협력 관계는 ‘안보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CATL이 버지니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려는 시도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영킨 주지사는 연설에 앞서 포드·CATL의 합작 프로젝트에 버지니아 행정부의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안하지 말 것을 주 경제개발청(VEDP)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공급을 위해 중국 업체인 CATL과 손잡고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CATL은 공장 운영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이대로라면 CATL은 직접 투자 없이도 북미 거점을 마련할 수 있고 포드는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윈윈’이다. 중국 ‘배터리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우회할 수 있다.
포드는 공장 부지로 미시간과 버지니아를 검토 중이었는데, 버지니아 주정부가 먼저 나서서 거부한 것이다. 근래 북미 주지사들은 공장을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고 한국·대만 등 제조업 강국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거부한 영킨 주지사의 행보는 굉장히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해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중국 배터리사 궈쉬안하이테크도 미시간주에 소재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 당시 미시간 주정부는 인센티브 지급을 약속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기업인 출신인 영킨 주지사는 미 공화당의 대표적인 정치 신인으로 꼽힌다. 갖은 악재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체해 오는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설 ‘잠룡’ 중 한명이기도 하다. 공화당 후보들은 당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최근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CATL 공장 유치를 거부한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영킨 주지사는 앞서 틱톡·위챗이 “중국 공산당의 채널”이라며 정부 소유 컴퓨터·스마트폰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도 내린 바 있다. 영킨의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최근 “중국 공산당은 서반구 전역에서 토지를 약탈하는 데 적극적”이라며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을 막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영킨 주지사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버지니아주의 이득을 포기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현지 매체 블루버지니아는 “포드 공장은 버지니아 남부지역에 하이테크 일자리와 투자를 불러왔을 것”이라며 “주지사의 결정은 장기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버지니아가 ‘자진 하차’하면서 CATL의 첫 미국 공장 후보지는 미시간으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정치 이벤트와 맞물린 ‘중국 포비아’가 현지 업체들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중국 기업이 아닌 국내 배터리 3사가 반사이익을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이 대표적이다. SK온은 이미 포드 전기차 F-150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켄터키주에 포드와의 합작공장 ‘블루오벌SK’를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의 공장 설립이 좌절됐다고 그 물량이 무조건 우리 배터리사들에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대안 중의 하나로 국내 배터리사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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