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러키 루저'가 전한 희망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권순우가 2023 시즌 일정을 시작하기 전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음가짐을 바로잡은 그는 지난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막을 내린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형택을 뛰어넘어 한국 선수 최초로 ATP 투어 다승자가 된 권순우의 이번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러키 루저(Lucky loser)'로 얻은 결과라서다. 러키 루저란 본선 진출자 가운데 기권하는 선수가 나올 경우 빈자리를 채우는 선수를 의미한다.
ATP 투어 남자 단식 대회 사상 러키 루저로 출전한 선수가 정상에 오른 건 권순우를 포함해 10번에 불과하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러키 루저가 우승을 차지하는 건 매우 어렵다. 톱시드를 받고 출전한 선수보다 많은 경기를 치러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장한 권순우는 러키 루저에서 우승자로 우뚝 서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권순우는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전이 끝난 뒤 진행된 우승 인터뷰에서 "승리할 때마다 간절함이 커졌다. 결승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쟁쟁한 선수들을 제압하고 정상에 오르게 돼 기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권순우는 현재 한국 테니스의 간판이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평범한 선수에 불과했다. 당시 몇몇 테니스 관계자들은 키도 크지 않은 그가 최고의 선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권순우는 보란 듯이 이겨냈다.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롭게 쓴 그는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에서도 52위에 이름을 올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권순우는 우리에게 다른 스포츠 스타 못지않은 영감을 줬다. 그의 우승은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에게 의미가 깊었다. 남들과 비교해 출발이 늦거나 좋지 않아도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줬기 때문이다. "도전의 연속인 인생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의지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권순우가 청년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임정우 문화스포츠부 lim.jeongwo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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