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폐교 사학에 ‘해산지원금’ 추진··· “자발적 구조조정 필요”vs“회생 가능한 대학까지 줄폐교 우려”
정부와 여당이 자발적으로 폐교·해산하는 사립대학의 잔여재산 일부를 재단 설립자에게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한계상황에 몰린 지방 사립대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공공재인 학교법인의 재산을 사실상 설립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는 셈이고, 충분히 회생 가능한 대학들까지 줄줄이 폐교를 선택해 학생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국민의힘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해산하거나 폐교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중 일부를 설립자에게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는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립대 법인이 구성원 일정비율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으로 해산하기를 원하면 구조개선위원회 심의를 거쳐 잔여재산 평가액의 일정한도 내에서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학교법인 내 일부 대학을 폐교할 때도 폐교된 학교 재산의 일부를 폐교장려금으로 지원하는 안도 검토한다. 이 안은 이날 오후 열린 교육개혁 당정협의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안건에 오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남은 재산을 정관에서 지정한 다른 학교법인에 귀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교육관련 법령을 위반한 ‘비리사학’은 설립자의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 관여한 학교법인에 재산을 넘길 수 없고 국고에 귀속된다. 학교법인의 재산은 설립자의 개인 재산이 아니라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 등으로 불어난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더라도 설립자가 남은 재산을 가져갈 수는 없는 구조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세가 심각해지면서 대학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각각 사립대 구조개혁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두 법안에는 학교법인이 해산됐을 때 잔여재산을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사학재단 설립자가 학교 문을 닫고 대학이 갖고 있던 부동산 등을 활용해 요양원·장학재단 등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이 검토하는 안이 현실화하면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사립대 학교법인의 잔여재산 일부를 해산지원금으로 지급하자는 안은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추진됐다. 초중고 통폐합에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초중고 운영 학교법인이 해산했을 때 잔여재산의 30% 범위에서 해산장려금을 줬는데, 이 시기 34개 사학법인이 자진해 해산했다. 하지만 대학은 재산 규모가 초중고 보다 훨씬 크고, 학교법인 재산은 공적 자산이라는 반대가 커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계대학에 퇴로를 열어줘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 같은 안은 사학법인 재산이 공적 자산이라는 원칙과는 맞지 않아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리사학재단 설립자가 학교 문을 닫고 잔여재산을 가져가는 길이 열리는 것도 문제다. 회생 가능한 사립대들도 경영개선 노력 대신 폐교를 선택해, 학생과 교수 등 대학 구성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도저히 운영이 어려운 대학들의 퇴로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다”면서도 “지역대학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화되면 회생시킬 수 있는 대학까지도 폐교로 몰고 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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