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천연가스 장기계약 서두르자
탄소중립 적극적인 독일
천연가스 확보엔 둘 다 진심
에너지 공급 안정성 지키며
저탄소 가능한 유일한 수단
작년 11월 6일부터 18일까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이집트에서 열렸다.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선진국의 책임을 제기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한 대응을 요구했다.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설립까지 제안했다.
며칠 뒤인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우리나라가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던 제22회 카타르월드컵이 열렸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때, 카타르에서는 2건의 대규모 천연가스 구매 계약이 조용히 체결되었다. 화석연료 사용 축소라는 명분보다 실리를 챙긴 결과다.
한 건은 역사상 최대인 600억달러(약 83조원) 규모로 중국의 국영기업 시노펙과 카타르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사이에서 11월 22일 체결되었다. 이 계약을 통해 중국은 향후 27년간 연간 수입량의 5.7%에 해당하는 400만t의 천연가스를 매년 카타르에서 안정적으로 도입한다. 카타르는 러시아, 이란에 이어 세계 3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다른 한 건은 미국의 코노코 필립스가 2026년부터 최소 15년 동안 매년 200만t의 천연가스를 카타르에너지에서 구매하여 독일에 전량 공급하는 계약이다. 11월 29일 체결된 이 계약에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환호했다. 러시아 말고도 다양한 천연가스 공급처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천연가스의 추가 도입을 시사했다.
이 두 건의 계약은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10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의 39%를 차지하여 세계 1등의 석탄 다소비 국가인 중국과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독일 모두 장기적으로 대량의 천연가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원전 50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전을 더 짓겠고 당분간 석탄을 대량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천연가스의 소비를 늘릴 이유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탄소중립을 강력하게 이행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가고 있는 모범사례로 언급되는 독일 또한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도입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아닌 것이다. 에너지전환 및 탄소중립의 이행으로 석탄이 줄고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발전소가 늘어날수록 경직성, 변동성, 간헐성, 사용 후 핵연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이를 보완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저탄소 수단은 천연가스이다.
두 번째 시사점은 카타르가 기존에 일본에 공급했던 천연가스 물량 연간 500만t을 중국 및 독일로 돌렸다는 점이다. 카타르월드컵 32강에서 일본은 독일을 이겼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천연가스 확보전은 독일에 졌다. 우리나라는 카타르 천연가스의 최대 수출국이며, 카타르는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이다.
프랑스, 이탈리아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카타르 가스전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유럽이 내년 여름부터 심각한 천연가스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세계 각국은 천연가스 확보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재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 현상은 2026년은 되어야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소비량의 70∼80%를 장기계약을 통해 들여오고 나머지는 현물 시장에서 그때그때 구매하고 있다. 현재, 전자의 가격은 후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가 장기계약을 통해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도 천연가스의 도입을 위한 장기계약에 나서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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