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화곡동의 눈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무려 1600여 명에 달한다. 화곡동은 화곡본동, 화곡1~8동, 우장산동 등을 포괄하는 지역으로, 최근 연이어 전세사기 사건이 터져 조용하던 동네가 뒤숭숭해졌다. 전세사기 조직이 화곡동에서 활개 친 이유는 저렴한 빌라 전세를 찾는 청년세대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김포공항과 가까워 고도제한 등의 규제로 아파트 건설이 쉽지 않았다. 과거 뉴타운 개발사업은 무산됐고, 부동산 호황기에도 건설사들이 쳐다보지 않는 '불모지'가 됐다. 나 홀로 아파트, 주상복합 등을 제외하고 지난 15년간 화곡동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은 끊기다시피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에도 화곡동에서 전세사기가 종종 발생했지만, 당시 서울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나 '벽화 그리기' 같은 도시재생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신축 빌라만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신축 빌라는 거래가 적고 시세 평가가 불완전해 사기조직이 '깡통전세'로 청년세대를 등쳐먹기 쉬웠다.
화곡동 인구밀도는 ㎢당 3만6000여 명으로, 전국 법정동 가운데 1위다. 인접한 양천구나 영등포구의 아파트 전세금이 부담되는 2030세대가 화곡동 빌라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결과다. 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 10년도 넘은 현상이다. 서울시와 강서구가 화곡동 청년들의 주거복지에 진작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번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주로 거래 안전장치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화곡동의 경우 현재처럼 소규모 빌라에 주택 공급을 의존하는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전세사기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아파트를 충분히 공급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다. 고도제한 등으로 인해 고층 개발이 어렵다면 저밀도 공공개발을 통해 주택 시세와 전세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신축 빌라가 더 늘어 공공개발마저 어려워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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