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찍어내는 국회, 이러고선 기업한테 일자리 창출하라니
국회가 기업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8개월간 추진한 규제 완화 법안은 모두 55건으로, 이 중 국회를 실제 통과한 법안은 26건이다. 반면 이 기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 법안은 83건이나 된다. 정부가 규제 1건을 폐지할 때 국회는 3건 이상의 규제 법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 같은 국회의 과잉 입법은 해외 각국과 비교해도 지나치다. 국회의원 1인당 통과·반영·성립 법안 건수는 한국이 미국의 21배, 독일의 37배, 프랑스의 49배, 영국의 172배에 달한다. 이처럼 국회가 규제를 마구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한 것은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는 법안을 제출할 경우 입법예고, 규제영향평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은 '10명 이상' 의원 동의만 얻으면 무사통과다. 이러다 보니 의원들이 법안에 대한 분석과 숙고 없이 서로 공동 발의용 '품앗이 서명'을 주고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는 이처럼 뚝딱 발의된 법안들 대부분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졸속·날림 법안이라는 점이다. 신산업 성장과 혁신을 가로막아 지탄을 받은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국회가 틈만 나면 민생을 내세워 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닦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실적 쌓기용' 규제 법안으로 기업 활동을 제약하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부가 아무리 규제 완화에 나서도 국회가 바뀌지 않으면 '규제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입법처럼 의원입법도 사전 규제영향평가를 받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이광재 사무총장을 통해 "의원입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규제영향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기술혁신 시대에 국회의 마구잡이식 규제 남발을 막지 못하면 기업도 국가도 정치처럼 삼류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규제개혁의 산실은 못될망정 지금처럼 규제 양산의 주범이 돼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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