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전 대통령의 북카페, 진영갈등에 불쏘시개 될까 걱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 근처에 동네 책방을 낸다고 한다. 본인이 직접 책방에 나와 커피도 마시고 책도 판매하고 독서 토론도 하는 북카페처럼 운영할 것이라는데, 이르면 다음달 문을 열 것 같다. 책으로 마음의 양식을 넓히는 일을 하겠다는 걸 시비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게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고 싶다'던 그의 발언과 부합하는지 여부도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같은 결정이 바람직한 건지, 이게 최선인 건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의도가 아무리 순수해도 수시로 현 정부와 맞서는 모습을 보이는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에 책방을 연다면 그 후폭풍이 어떨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책방을 친문 아지트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팬덤 지지층이 성지순례하듯 책방으로 몰려들 게 확실시된다. 당연히 반대파 시위대도 불러들일 것이다. 첨예한 찬반 시위로 책방 주변은 몸살을 앓을 게 뻔하다. 예기치 못한 충돌 가능성도 농후하다. '소음·욕설 시위 탓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저 인근 주민에게 도움을 주려 책방을 낸다'는 문 전 대통령 설명에 쉽게 수긍하기 힘든 이유다. 문 전 대통령도 동네 책방이 국론 분열과 진영 갈등을 한층 더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될 개연성이 크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책방을 밀어붙인다면 이곳을 친문세력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김현미·김수현 등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사의재'라는 정책포럼을 만든 것도 시점이 묘하다. 월성 1호기 경제성 왜곡, 전방위적인 통계 조작, 월북몰이·강제 북송,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문 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전 정권 사법 리스크 수사가 확산되는 와중에 불쑥 책방과 정책포럼이 함께 등장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친문 결집을 본격화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익과 국민을 저버린 채 동네 책방을 매개체로 갈라치기 팬덤정치를 도모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책방 개설을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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