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빼앗고, 빚 8억여원 안갚으려 청부 살해…검찰, 제주 유명식당 대표 청부 살인 일당 기소

둔기로 20여 차례 가격… “계획 범행”
담보 빌미로 피해자 자녀 압박해 운영권 장악 속셈

제주 유명 음식점 대표를 잔인하게 살해한 일당은 식당 운영권을 빼앗고 피해자에게 진 억대의 빚을 안갚으려고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지검 형사1부는 16일 피해자 살해를 청부한 음식점 전 관리이사 A(55)씨, A씨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를 살해한 B(50)씨, 살인을 조력한 B씨 아내 C(45)씨를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제주 유명식당 대표 청부살인 일당의 범행 당일 행적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식당 운영에서 배제되고 피해자인 D(여·55)씨로부터 관계 단절과 채무 변제를 요구받자, 피해자를 살해해 식당 운영권을 장악하고 피해자에게 진 빚 8억4500만원을 면탈할 목적으로 고향 후배인 B씨 부부에게 살해를 지시한 혐의다.

B씨 부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A씨로부터 사전에 범행 대가로 수회에 걸쳐 3200만원을 받고, 식당 지점 운영권과 채무 2억3000만원을 해결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D씨를 살해한 혐의다.

A씨는 2020년 3월쯤 자금이 필요했던 피해자에게 식당 본점 토지·건물과 공동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지인 소유 토지를 제공한 점을 이용해 피해자 사망 후 대출 연장에 자신이 동의하지 않으면 식당 본점 토지·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빌미로 상속자인 피해자 자녀들을 압박해 식당 운영권을 장악할 속셈이었다.

A씨는 또 2021년 1월에서 10월쯤 부산 기장군 종중 소유 토지 2필지를 종중 총회 결의 또는 권한도 없이 피해자에게 매도하면서 매매대금 명목으로 5억4500만원을 가로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도 받는다.

A씨로부터 살인을 의뢰받은 B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제주시 오라동 피해자의 집에서 아내 C씨로부터 피해자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으며 기다리다가, 귀가한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 등을 둔기로 20여 차례 무자비하게 가격해 살해하고 현금 491만원과 시가 1800만원 상당의 귀금속과 명품가방 3개 등을 훔친 혐의다.

이들 청부살인 일당의 계획 살인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A씨 등은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해 교통사고 위장 등 살인 방식을 6차례에 걸쳐 모의하기도 했다.

또 피해자의 빌라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택배기사로 위장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가 하면,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기를 파손해 하천에 버리기도 했다.

B씨 부부는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범행 당일인 12월 16일까지 3회에 걸쳐 제주∼완도 승선권 발권시 행적 은폐를 위해 지인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도 추가됐다.

제주동부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제주지검은 검사 6명과 수사관 7명 등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의도한 재산적 이익 △범행 전 A씨가 피해자로부터 채무 3억원의 변제 독촉을 받았고, 피해자에게 종중 소유 토지를 무단 매도하고 매매대금 5억4500만원을 편취한 범행 △B씨 부부가 지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도주한 행적 등을 추가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B씨 부부가 A씨로부터 범행 대가로 받은 범죄 수익금 3200만원을 환수하기 위해 법원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기소 이후 공소 수행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