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방산·우주, UAE에서 봄 오나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방위산업 및 우주·항공 협력이 강화된다. 국내 방산기업과 우주·항공 기업들이 UAE를 교두보 삼아 중동 시장으로 뻗어나갈 전망이다.
1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15일(현지시간) UAE 타와준 위원회와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센터 운영 협력 등 '다목적 수송기 국제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타와준 위원회는 UAE의 방산획득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수송기 개발은 민항기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어 의미가 크다. 강구영 KAI 사장은 지난 12일 '글로벌 KAI 2050' 비전 선포식을 통해 "항공기 국제공동개발 참여를 확대해 민항기 요소기술 확보와 더불어 수주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민항기 요소기술을 기반으로 군용 수송기는 물론 자체 중대형 민항기 개발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방위사업청도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타와준 위원회와 '한·UAE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방위산업과 국방기술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공동 투자와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 UAE의 방산협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UAE는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 로켓 '천무'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1월엔 국내 방산기업들과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을 계약했다. LIG넥스원은 유도탄과 교전통제소 제작과 함께 체계 종합을 맡았다. 천궁의 '눈'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는 한화시스템, 발사대는 한화디펜스(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사일 탑재 차량은 기아가 맡았다.
한화시스템은 최근 천궁-II 사업의 순조로운 이행 및 지원과 레이다 후속 사업 개발을 위해 UAE에 아부다비지사를 개소했다. 현지 주요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중동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아부다비 지사는 향후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사우디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북아프리카 등 주변국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양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의 UAE 방공유도 및 공중무기체계 수출 추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이 이란의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UAE도 중동지역 석유시설 공습에 대비한 대공방어체계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UAE는 천궁-Ⅱ에 이어 '한국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T-50 고등훈련기 등 한국산 무기체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찬 LIG넥스원 사장이 이번 순방에 함께 한 것을 두고도 이들 무기체계의 수출 협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이외에도 양국의 우주 협력이 강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UAE 우주청은 '우주탐사와 이용에 관한 협력 양해각서' 개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기존에 약속했던 우주과학기술 활용과 우주 법·규제·정책 의견 교환, 인력개발 등에 △평화적 목적 우주탐사 △인공위성 통신·항법 △지구 관측 △우주과학기술 실험·검증 △우주데이터 교환 △지상국 활용 △발사·서비스 협력 △우주상황 인식과 우주교통관제 등이 추가됐다.
한국이 인공위성·발사체 부문에 도움을 주고 UAE는 화성 궤도 탐사선에서 얻은 우주데이터를 공유해주는 식으로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UAE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가 2026년 보낼 달 탐사 로버에 한국천문연구원 개발 장비를 탑재하거나 UAE 우주청과 과기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교통관제 협력을 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한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UAE와 위성개발 및 교육분야에서 협력해왔다. 국내 위성개발 기업(쎄트렉아이)이 UAE 최초 인공위성 두바이샛-1·2호를 개발했다. 카이스트(KAIST)는 쎄트렉아이에 파견된 UAE 연구인력을 받아 교육훈련을 제공했다. 이번 개정 합의서를 통해 쎄트렉아이의 UAE 추가 수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UAE 국빈 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김대영 전무, KAI의 강 사장이 함께했다. 우주·항공업계는 시장 진출 기회가 커짐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날 오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구체적인 우주 협력 사업을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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