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황 속 멤버십 축소 움직임…소비자들 '반발'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유통업계가 불황 속 멤버십 혜택을 줄이며 고정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혜택은 줄었는데 기준 충족을 위한 구매 금액은 오히려 늘어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내년 우수 고객(VIP)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혜택을 줄인다. 내수경기 침체 속 올해에도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기존 7개였던 VIP 등급을 5개로 축소했다. 가장 낮은 그린 등급의 경우 연간 구매 금액을 4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상향했다. 오렌지 등급은 1천8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올랐고, 본점, 잠실점, 부산본점, 인천점의 경우 2천만원에서 2천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퍼플 등급은 4천만원 이상에서 5천만원 이상으로 1천만원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일부 지점에서는 VIP 혜택으로 제공되는 발렛 주차장의 위치를 낮은 등급의 경우 출입구와 먼 곳으로 변경했다. 고객들이 구매 금액 기준이 늘었지만 혜택은 줄었다고 느끼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은 VIP 멤버십 등급 산정 시 가족 단위로 지출 비용을 합산했던 제도를 폐지하고 카드 명의자 기준으로만 합산하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등급 간소화 측면이지 혜택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단순히 올해와 내년을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VIP 선정 등급은 매해 매출 등 변화를 반영해 주기적으로 조정되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급 내 세분화를 통해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연 구매액 400만원 이상인 고객에게 제공해 온 무료 음료 상시 제공 혜택을 없앴다. 앱 알림 허용 고객에게 매월 1일 제공하던 이벤트도 중단했다. 다음 달부터는 대전점 등 일부 지점에서 VIP 고객의 짐을 차량까지 옮겨주던 '포터 서비스'도 중단한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VIP 선정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총 6개의 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쟈스민 블랙과 쟈스민 블루의 연간 최소 구매액을 각각 1억2천만원, 8천만원으로 변경했다. 쟈스민과 세이지 등급도 각각 구매액 5천500만원, 3천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70개 점포의 매출은 38조9천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한 점포 11개에 달했다.
외식 업계도 혜택 축소에 나서고 있다. bhc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올해부터 멤버십 제도를 개편했다. 기존에 각각 40만원, 60만원 이상 사용 시 부여하던 레드, 블랙 등급이 골드, 플래티넘으로 신설되면서 각각 50만원, 8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아웃백 골드 등급인 김 모씨는 "방문할 때마다 음료 제공받던 게 와닿는 VIP 서비스였는데 음료 제공 횟수에도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바뀌어 혜택이 축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BBQ는 다음 달 1일부터 포인트 적립률을 기존 5%에서 3%로 조정한다. 기존 포인트 부담을 본사와 가맹점주가 절반씩 부담했는데 인건비와 배달앱 수수료, 전기료, 가스비 등 비용 상승으로 포인트 적립률을 낮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피자헛도 2018년부터 운영해온 포인트 적립 제도를 이달부터 폐지했다. 기존 적립된 포인트는 2024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SPC 역시 다음 달 10일부터 해피포인트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매월 제공하는 쿠폰북 혜택을 축소한다. 할인쿠폰을 받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구매 금액은 높였지만 할인 금액은 낮추는 방식이다. SPC는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 등 일부 브랜드의 혜택은 줄였지만 쉐이크쉑·라그릴리아 등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혜택을 신설했다는 입장이다.
뷰티업계도 혜택 축소에 가세했다. 올리브영은 지난 3일부터 멤버십 등급별 씨제이원(CJONE) 포인트 적립률을 변경했다. 상위 등급인 골드·블랙 올리브 등급은 기존 2.0%에서 1.0%로, 그린 올리브 등급은 1.5%에서 1.0%로 축소됐다. 핑크·베이비 올리브 등급은 1.0%에서 0.5%로 줄었고, 비회원과 임직원 및 제휴카드 사용자는 0.5%에서 0.1%로 하향조정됐다.
미샤·어퓨·라포티셀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지난 8일부터 멤버십 쿠폰 사용 기준을 높였다. 기존에는 제한 없이 50%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변경 후 최소 1만원 이상 구입해야 할인 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도 이달부터 혜택을 줄였다. 신규가입 고객에게 제공하던 무료 배송 쿠폰 수를 2개에서 1개로 줄였다. 이와 함께 앱에서 제공하던 할인 쿠폰도 대거 없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포인트 적립 기준도 높아졌다"며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예상됨에 따라 업체들이 기존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긴축 경영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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