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투병중 쓴 신보, 생일에 공개…"일기쓰듯 녹음"

미술가 이우환 아트워크 그려…고레에다 히로카즈 새 영화 음악 참여

사카모토 류이치 [씨앤엘 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일본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가 17일 새 앨범인 '12'를 발표한다고 유통사 씨앤엘 뮤직이 16일 밝혔다.

이번 앨범은 2017년 '에이싱크'(async) 이후 6년 만에 내놓는 신보로, 71세 생일인 1월 17일에 발매된다.

2014년에 중인두암 진단을 받은 바 있던 그는 2021년에는 직장암 투병 사실을 추가로 공개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번 앨범은 투병 중 만든 음악 스케치 가운데 12곡을 골라 정리한 작품집이다.

각 곡의 제목은 만든 날짜에서 따 왔다. 트랙리스트를 살펴보면 곡 제작 시기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1년간이다.

앨범 아트워크는 사카모토와 친분이 있는 미술가 이우환이 그린 드로잉을 사용했다.

사카모토는 "2021년 3월 초순 큰 수술 후 일기를 쓰듯 스케치를 녹음했다"며 "그중에서 마음에 든 12곡의 스케치를 골라 앨범으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나의 지금의 소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투병 가운데에서도 지난달에는 온라인으로 피아노 독주회를 열어 전 세계 음악 팬을 만났다. 이 자리를 통해 그는 영화 '리틀 붓다' OST와 '아쿠아'(Aqua) 등 13곡을 연주했다.

사카모토는 당시 건강 상태를 고려해 한 번에 한 곡씩 녹음한 영상을 편집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연주를 선보였다.

195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1978년 솔로 앨범 '사우전드 나이브스'(Thousand Knives)로 음악계에 데뷔한 이래 '전장의 크리스마스'·'마지막 황제' 같은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영국 아카데미상(1984), 골든 글로브(1988), 미국 아카데미상(1988), 대종상(2018) 등 숱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2014년 첫 암 진단 이후에도 영화 '어머니와 살면'·'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음악을 제작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카모토는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와 일본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하는 등 사회 참여에도 의욕을 보여왔다.

그는 올해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새 영화 '괴물'의 음악을 맡는다.

사카모토의 신보 '12'는 국내에서도 라이센스 음반으로 발매된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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