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금융까지 리스크 넘어올라… 가상자산 예의주시하는 금감원
가상자산 리스크 넘어올 시 실물경제까지 파장
감독당국 “가상자산 리스크 점검 및 신규 위험 요인 발굴”
금융감독원이 제도권에 안착하지 못한 가상자산 영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감독할 법규가 부재한 상황에서 감독당국은 이 시장을 규율할 수단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감독 개입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자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감시 체계를 다방면으로 강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마포 프런트원에서 열리는 ‘가산자산 관련 금융리스크 점검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입법 전에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건 사실이지만 루나·테라, FTX 사태 이후에 원하든 원치 않든 가상자산으로 인한 영향이 금융시장, 넓게 보면 실물경제까지 미칠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챙겨서 보자는 의도에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감독 영역에 가상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시장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가상자산을 규율할 법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금감원의 태도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상장사·금융사 등 개별회사부터 금융시장, 실물경제에 이르기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금감원이 가상자산 감독에 마냥 손을 놓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가상자산연구팀을 통해 가상자산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의 상호연계가 강화될 시 감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감독이 아니라 전통금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은 향후 전통 금융시장과 연계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로 증시에서 발행사인 위메이드의 주가가 출렁였듯이 가상자산의 리스크는 좁게는 상장사, 넓게는 금융시장까지 넘어올 수 있다.
지난 2021년부터 미국 가상자산 시황과 스탠다드앤푸어스(S&P)·나스닥 등 자본시장의 흐름이 유사한 동조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시장 상황도 비슷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직 국내 가상시장과 전통 금융시장의 연계는 낮은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가상자산은 776억8000만원(잠정)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8조9000억원 대비 0.4%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상자산의 잠재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는 통로는 다양하다. 금융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자금세탁이 이뤄질 경우 전통 금융시장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가상자산의 실패가 투자자의 지출 감소 및 기관투자자의 투자 감액으로 연계돼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글로벌 감독기구가 가상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방안과 전통 금융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에 대한 관리 방안을 연구 중인 점도 금감원이 가상자산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유다. 금융안정위원회(FSB)·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등 국제 감독기구는 스테이블코인 관리 권고안, 리스크 전이 관리 방안, 가상자산 건전성 감독 방안 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경을 초월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금감원 역시 국제 감독기구 수준의 가상자산 리스크에 대한 관리 방안을 갖춰야 한다.
또, 가상자산 영역에서 문제가 발생할 시 금융회사·투자자의 화살이 감독당국으로 향한다는 점도 금감원이 가상자산 시장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금감원은 올해 가상자산에 대한 미온의 태도를 벗어나 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할 계획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위험지표 등 모니터링 수단을 발굴하고 정기적인 위험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 전이 경로 중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부분과 금융회사에 대해선 기존 감독수단을 활용해 중점 감시를 할 계획이다. 또, 금융회사의 인식 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 전이 요인을 찾아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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