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참여` 강제징용 해법 잰걸음…관건은 피해자 동의

권오석 2023. 1. 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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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당국, 16일 일본서 국장급 실무 협의 진행
"강제징용 해법 관련 공개토론회 등 국내 분위기 전달"
`제3자 변제` 정부안에 日측 어느 정도 호응 분위기
日사죄·전범 기업 참여 등 요구하는 피해자 측 설득이 핵심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한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일 외교당국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국장급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일본이 어느 정도 호응하는 분위기이나, 관건은 피해자 측이 받아들이느냐 여부에 달렸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日, ‘제3자변제 방식’ 합리적으로 보는 듯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강제징용 문제를 담당하는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일본 외무성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나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 국장은 지난 12일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관련 공개토론회 등 국내 분위기를 전달했다”며 “양 국장은 앞으로도 각 급에서 외교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공익법인인 피해자지원재단이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혜택을 입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을 통해 재단 기금을 조성한 뒤, 일본 피고 기업들까지 참여시키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피해자 측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없고 피고 기업이 배상금 지급에 참여하지 않는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이미 강제징용 관련 문제를 해결됐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우리 측 제안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급기야 일본의 경제단체연합을 통한 기부 방안까지도 언급이 되고 있다.

실제로 공개토론회 직후 일본 교도통신은 해법안에 대해 “현실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재단이 낸 배상금 반환을 피고 기업에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한다면 일본 기업이 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용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피고 기업의 기부를 허용하는 것인지 다른 일본 기업들의 기부를 용인한다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강제징용 해법 관련 한일 공감대 있는 듯”

우리 정부의 해법안에 대해 일본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의미 있는 발언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최근 방미 일정 중 “가능한 한 신속히 현안을 해결해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형태로 되돌려 발전시키겠다”고 하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그가 말한 현안이란 강제징용 문제로 풀이되며, 이를 조속히 해결해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들의 기부금 참여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제3자 변제 방식이 최종안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으나, 한일 양국이 일정 부분 교감도 없이 발표할 수는 없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발표하는 부분에 대해서 일본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전 논의가 있었을 것이고, 진전이 됐기 때문에 공개한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 정부는 여론의 반발을 각오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했다. 이제 일본이 어느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오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물론 양국 간에 합의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는 물론, 책임 당사자인 피고 기업이 직접 판결금 지급에 나서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원고인 피해자 및 유가족들을 직접 찾아 배상금 수령 의사를 묻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는 했으나 피해자 측을 설득하지 못하면 해법안은 소용 없다.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게 핵심”이라며, 일본 기업들의 참여설에 대해서는 “현혹이다”고 밝혔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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