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는 정치할 것" 나경원, 출마 채비…친윤 압박 더 거세질 듯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은 16일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우리는 오늘만 살 수도 없고 내일만 기다릴 수도 없다. 영원히 사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3·8 전당대회 출마 결의를 다진 것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동작구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과 국립유공자·무명용사 묘역을 차례로 들른 뒤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수의 자랑스러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지금껏 흔들림 없이 정치를 해왔다"며 "원내대표로서 공수처, 독재선거법을 막기 위해 우리 당을 이끌고 온몸을 내던져 저항, 투쟁했다. 문재인 정권이 억지로 강행하려던 종전선언을 막기 위해 미국 정치권을 설득하다 매국노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좌파가 가장 집요하고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인이 바로 저다. 오히려 제게는 영광스러운 상처다. 말 그대로 정통 보수이기 때문"이라며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고 자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대통령실과 극심한 갈등을 빚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된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정책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로부터 면박을 당한 뒤 사의를 밝혔다.
이후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반윤'으로 규정하고 맹공에 나섰다. 친윤 주류는 차기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밀고 있다. 특히 김 의원과 일찌감치 '연대'를 구축한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나경원 압박' 선봉을 자처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은)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도 장 의원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받아치면서 전당대회를 약 50여일 앞두고 양 측의 대립구도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 전 의원의 거취에 대해 "며칠 사이의 행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확하다"며 "다만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외국에 나가 계시니 그 기간에 의사를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는 21일 귀국 예정이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이 오는 20일 공식 출마한다는 설이 돌기도 했지만, 나 전 의원 측은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 전 의원 측 김민수 전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나 전 의원의 20일 출마선언설은 낭설"이라며 "국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이 귀국하면 그때 고려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의 고심이 최종 출마로 귀결될 경우 친윤계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게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는 나 전 의원이 드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한다"고 맹비난했다. 친윤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제2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당대회가 당내 친윤-반윤 구도, 권력투쟁에 매몰된 양상을 보이면서 지도부가 후보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내년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은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질 선거다. 당대표 얼굴로 치르는 선거가 아니고 윤 대통령의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인 것"이라며 "후보들 사이의 과열 경쟁이 그래서 더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당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상대방을 향한 말이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 좀 더 차분하게 갔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자중자애하면서 반목과 갈등이 아닌 단결과 화합의 국민의힘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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