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운명, 나경원이 쥐었다?

박성의 기자 2023. 1. 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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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출마 시사에 비윤계 ‘반색’…“친윤 지도부 막아야”
‘원조 비윤’ 유승민은 장고 거듭…“2월 전 입장 밝힐 것”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최근 여권의 시선은 '나경원의 결심'에 쏠려있다.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라 당권 경쟁구도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특히 당내 비윤석열계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을 앞세워 친윤석열계가 포진한 '김기현 지도부'를 막아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권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부상으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비윤 진영 선봉장으로 나 전 의원이 나선다면, 유 전 의원의 존재감과 당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란 시각에서다. 과연 차기 전당대회에서 나경원과 유승민의 '동시 등판'은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비윤계 구심점으로 부상한 나경원

최근 나 전 의원과 친윤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동시에 해임한 게 도화선이 됐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제2 유승민'이라 비판하기 시작했다. 나 전 의원이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지고 당권을 욕심내려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이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 행태는 대통령을 기만한 것"이라며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들에게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고 썼다.

이에 나 전 의원은 15일 '제2의 진박 감별사'를 언급하며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응수했다. 이른바 '진박-친박 계파갈등'으로 패배한 2016년 총선 사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자 장 의원은 또 글을 올려 "'꼭 내가 당 대표가 되어서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며 유승민 전 의원을 언급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감행할 경우 유 전 의원처럼 향후 정치 인생에 '배신자 낙인'이 찍힐 것이라 경고한 셈이다.

침묵하던 나 전 의원이 친윤계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는 가운데 여권에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종희 전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출마 의지가 명확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심에 비윤계는 반색하는 모습이다. 비윤계는 이준석 전 대표가 당권을 잃은 이후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상황이다. 오는 전당대회에서도 큰 존재감을 갖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나 전 의원이 친윤계의 반감을 사자, 비윤계는 나 전 의원을 앞세운 '항쟁'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에 계파를 만든 건 친윤을 자처하는 '대통령의 꼭두각시들'"이라며 "친윤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이 대통령의 수족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까. 이에 반대한다면 나경원이든 누구든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유승민보다 나경원에게 거는 기대가 더 크다"고 단언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후보의 '확장성'과 '당선 확률'이다. 그는 "나 전 의원은 수도권뿐 아니라 충청과 TK(대구‧경북) 등에서도 큰 지지를 받는 후보"라며 "최악(친윤 지도부)을 막기 위해, (유 전 의원보다) 승률이 높은 후보에게 배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도전? 장고 거듭하는 유승민

나 전 의원이 '제2 유승민'으로 각광받으면서, 정작 유승민 본인의 존재감은 옅어진 분위기다. 당내 비윤계 다수가 나 전 의원 편에 선다면 유 전 의원은 가장 큰 우군을 잃는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 측근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특히 당권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 아닌 당 여론"이라며 "이 상황을 유 전 의원이 돌파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의 분위기가 '친윤 대(對) 반윤' 구도로 흐른다면 (세가 적은) 반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론의 흐름도 낙관적이지 않다. 나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2강 체제'를 굳히는 가운데 유 전 의원은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50명(국민의힘 지지층 515명)에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 의원이 32.5%로 1위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26.9%로 2위에 머물렀다. 뒤를 이어 안철수 의원이 18.5%로 3위, 유 전 의원(10.4%)과 윤상현 의원(1.6%)이 뒤를 이었다.

유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도 정작 유 전 의원의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은 낮게 점쳤다. 당선 가능성 조사 결과 김 의원은 35.2%, 나 전 의원은 29.4%였다. 뒤를 이어 안 의원 15.8%, 유 전 의원 6.3%, 윤 의원 4.8% 등으로 집계됐다.

나 전 의원의 부상이라는 변수 속 유 전 의원은 과연 당권 도전을 선언할 수 있을까. 여권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이 당권이 아닌 정계 은퇴와 대권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숙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 들린다. 유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유승민의 당권 출마 여부는 오로지 유승민 본인만 알고 있다"며 "후보 등록 시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2월 첫째 주 전에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14일 공표됐으며,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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