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도 서러운데"…보일러도 안되는 임시거처엔 곰팡이투성이

박수현 기자 2023. 1.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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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이전에 살던 집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엉망인 상태였다.

HUG가 전세 계약 피해자에게 임시 거처를 지원하는 긴급주거지원 프로그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긴급주거지원 주택은 모두 강제관리 주택으로 어차피 놀려야 하는 집이고 안정성도 떨어진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주거지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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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피해지원센터가 긴급주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약 피해자에게 제공한 임시 거처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 전세사기를 당해 보금자리를 잃은 A씨는 지난해 12월 전세피해지원센터 긴급주거지원 대상자로 선정돼 서울에 있는 투룸 주택으로 이사했다. 계약기간은 6개월. A씨가 월 임차료 11만원에 전기·수도·가스요금과 관리비를 내는 계약이었다.실제 월 임차료는 55만원이었지만 이 가운데 44만원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담했다.

A씨가 이전에 살던 집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엉망인 상태였다. 그래서 새로 들어가는 긴급주거지원 주택은 멀쩡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망은 입주 첫날 산산조각났다. 추운 날씨에 보일러는 고장나 작동하지 않았고, 천장과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검게 번져 있었다. 콘센트 커버가 떨어져 있었고 벽지와 바닥의 마감 상태도 형편없었다.

HUG가 전세 계약 피해자에게 임시 거처를 지원하는 긴급주거지원 프로그램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시 거처의 위치가 서울에 국한된데다 지원하는 주택은 사람 손을 탄 지 오래된 곳이 대부분이다. 시설 개선을 해달라고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입주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HUG는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에 전세피해지원센터를 개소하고 긴급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세 계약 피해자들에게 임시 거처를 지원하는 것이다. 전세 계약 예정자, 전세 보증보험 가입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피해자는 최대 1년간 임시 거처에 거주할 수 있다. 지원 주택은 HUG가 채권을 가지고 있는 주택 가운데 법원에 강제관리를 신청한 곳이다. HUG가 중개해 임차인과 임대인(강제관리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HUG가 월 임차료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HUG는 지난 10일 기준으로 강제관리 주택 30채가량을 긴급주거지원 주택으로 확보했다.

긴급주거지원 주택이 서울 지역에만 있다. HUG가 확보한 주택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서울 양천구 목동·신월동,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 금천구 독산동 등에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외 지역에 사는 피해자들은 회사 위치나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입주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HUG가 강제관리 주택만을 임시 거처로 제공해 당장 주택 수를 늘리기도 어렵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천 113호 등 공공임대 200호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까지 전세사기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임시 거처는 서울 지역에 국한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까지 임시거처를 지원받은 피해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전세피해지원센터가 긴급주거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약 피해자에게 제공한 임시 거처. 벽면에 곰팡이가 있고 벽면이 긁힌 모습이다. /사진=독자 제공

HUG가 제공하는 임시 거처에 입주해도 피해자의 곤란은 계속된다. 임시 거처로 HUG 강제관리주택이 제공되는 만큼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주택이 지원되는 경우가 있다. A씨의 경우 입주 직후 3일 내내 곰팡이 청소를 하고 이틀 동안 보일러가 고장난 채로 지내야 했다.

입주자가 시설 보수를 요구해도 개선은 쉽지 않다. A씨는 "임대관리업체가 보일러는 이틀 만에 고쳐줬지만 다른 것들은 '그냥 지내라'고 했다"며 "HUG에서 지원하는 임차료와 입주자가 내는 임차료를 합하면 관리자는 월세와 관리비를 전액 받는 셈인데 '긴급주거지원'이라는 이유로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맞나 싶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제공하는 임시 거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긴급주거지원 주택은 모두 강제관리 주택으로 어차피 놀려야 하는 집이고 안정성도 떨어진다"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주거지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HUG가 소유한 주택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가지고 있는 주택 가운데 일부를 긴급주거지원에 활용하고 있다"며 "일부 임대인이 몰래 월세를 주는 곳도 있기 때문에 법원에 강제관리를 신청해 관리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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