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창업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박광규의 알쓸패잡]
신년에 사업계획을 세우고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많다. 내가 근무하는 서울시패션제조지원센터에서도 매일같이 창업상담과 지원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비교적 창업하기 쉬운 분야가 패션과 뷰티 관련 사업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실업률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실업률 해소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에게 여러 방법으로 창업을 권유하는 상황이지만, 노력·열정·도전을 운운하며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표로만 봐도 한국의 창업 시장(자영업) 비율은 26%로 이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4%)보다 높고 포화 상태다. 한국 벤처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에 불과해 OECD에서 리투아니아가 가입하기 전까지 꼴찌였다. 무턱대고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유하는 것은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터에 총 한 번 쏴본 적 없는 신병들을 출병시키는 것과 같다.
최근 패션 아이템과 관련한 상담을 하다 보면 막연하게 ‘친환경 소재로 예쁘게 만들면 잘 팔리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는 말도 신중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해줄 것인가? 업계 경험뿐만 아니라 사회경험도 없는 청년들에게 무분별하게 지원한 결과는 많은 시행 착오 및 세금 낭비와 함께 30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모든 뒷감당은 청년들의 몫이 된다.
꿈나무처럼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 아이템의 아이디어가 맞는지, 실전에서 효과가 있는지 작게라도 테스트해 봐야 한다. 지인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봤을 때 반응이 좋았지만 막상 출시되면 사지 않는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소비자는 어디에 지갑을 여는지 진짜 니즈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생각만큼 수입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 시장을 조금만 앞서가도 자본력이 부족해 도산하기 십상이다. 청년들은 대부분 소규모 창업자다. 들어본 적도 없는 소규모 창업자의 제품이 아무리 혁신적이더라도 처음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기업도 가만히 앉아서 자신들의 네임 밸류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광고를 엄청 하고 언론보도에도 최선을 다한다.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대기업과 경쟁을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경쟁력에서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하고 탐색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발견된 니즈를 충족시키고, 매출로 일으키기 위한 반복적인 시장조사 과정이 필수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하고 구현 가능한 실행력과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생존력,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호감도 있는 상품력이 필요하다. 투자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최근 정책에 맞는 플랫폼 사업, 탄소중립 ESG사업, 사업성 전망이 좋은 아이템, 4차 산업혁명 기술이면 유리하다.
투자자 또한 스타트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기술도 없이 그럴듯한 허황된 경영 비지니스 모델을 가지고 투자를 받으려는 창업자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허울뿐인 학벌을 앞세워 투자를 받아놓고 망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즉 운영자금과 실제 이렇다 할 기술도 없이 투자받아 무늬만 벤쳐인 양 진행하다 망한 스타트업이 많다는 얘기다.
초기 청년창업자의 경우 사무실도 없이 이게 회사인지 창고인지 모르는 공간에 회사가 있는 경우도 많다. 어느 정도 성장해도 회사가 작고 체계가 없다 보니 업무 강도가 강하다. 근로자 복지나 연월차, 근로시간 준수는 생각조차 못한다. 심지어 자금력 때문에 쿠팡물류나 편의점 알바를 병행하는 청년 창업자들도 많다.
그들의 성공을 위해서 금전적·시설적 지원과 열정 요구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지원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도 도전하고 있는 청년창업자들의 성공을 응원해 본다.
■박광규는 누구?
이랜드그룹, F&F, EXR 중국 등의 임원을 거쳐 NEXO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패션스마트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패션산업에 30년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지원, 청년 인큐베이팅, 패션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Gerson Lehrman Group의 패션 부문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패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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