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금융 'CEO경력 제한' 사실상 철회…롱리스트 12명

CEO 자격 제한 논란에 "CEO 경력 없어도 포함"18일 롱리스트 12명, 27일 숏리스트 2~3명 확정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도전' 막판 고민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CEO(최고경영자) 경력자로 제한한 차기 회장 후보군 자격 조건을 사실상 철회했다. CEO 경력이 없더라도 우리금융을 이끌 만한 경험과 자질이 인정되면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에도 연임 도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18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열어 전·현직 CEO·임원, 외부 인사 등이 포함된 12명 가량의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이사회 핵심 관계자는 "롱리스트 명단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18일 임추위에서 1차 후보군 중 숏리스트(압축 후보군) 인원 규모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추위는 오는 27일 임추위에서 2~3명의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2월 초쯤 최종 후보를 단독 추천할 예정이다.

임추위는 특히 CEO 경력이 없는 경우에도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포함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임추위는 앞서 2곳의 외부 자문회사(헤드헌터사)에 후보군 추천을 의뢰하면서 'CEO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로 대상을 제한했다. 이후 헤드헌팅 업체들이 CEO 경력자를 대상으로만 추천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임추위가 우리금융 내부 현직 CEO나 금융 CEO 경력이 있는 외부 명망가를 염두에 두고 후보 자격을 제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우리금융 한 사외이사는 "지주 회장은 금융그룹 전체 책임자이자 현직 계열사 CEO를 관리하는 자리여서 'CEO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을 자격 조건으로 둔 것"이라면서도 "CEO에 준하는 경력을 가졌거나 우수한 자질이 있는 인사라면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CEO 경력자가 아니어도 1차 후보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후보군 자격 제한이 논란을 일으키자 임추위가 입장을 사실상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군을 제한하는 기준을 두고, 특정 인물을 (회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임추위는 현직 CEO(급) 임원 3~4명과 2곳의 자문기관에서 추천받은 7~8명의 후보군을 합해 12명 가량을 1차 후보군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손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에도 연임 도전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손 회장이 뜻을 굳히면 이번주 중으로 중징계 효력의 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숏리스트 선정 등 임추위 일정을 고려하면 조만간 손 회장 개인 중징계에 대한 가처분과 우리은행 기관제재 등의 본안 소송(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가처분과 별도로 우리금융 이사회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직 CEO 중에선 손 회장과 함께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등이 롱리스트 명단에 들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도 다크호스다. 우리금융 출신 전직 임원 중에선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총괄부문장(수석부행장), 장안호·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부사장을 지낸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도 유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우리금융 계열사 CEO를 지낸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도 적극적이다. 외부 출신 중에선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함께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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