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도 끄떡없는 승차감 … 넌 나에게 '펀 드라이빙'을 줬어
진흙·눈 모드 바꾸는 재미 쏠쏠
크기·무게 압도적인 운전대
돌릴 때 묵직한 손맛 매력
작년 12월 21일은 새벽부터 서울·수도권에 폭설이 예고된 날이었다. 기상청이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대설 예비특보를 발효했을 정도였다. 이쯤 되면 이날 오전 9시부터 계획됐던 지프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시승 행사도 취소되거나 연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시승회 전날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출근길 대설이 예상되니 될 수 있으면 대중교통을 권장해 드립니다. 궂은 날씨에도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비포장도로(오프로드) 주행에 강점을 가진 지프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지프의 자신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서울 한남동에서 남한산성로를 거쳐 용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74㎞ 2시간 주행은 '공포'는 없고 '재미'만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재미의 핵심은 운전대, 이른바 '스티어링휠'이었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의 운전대는 크고 무거웠다. 같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운전대와 비교하면 크기와 무게 모두 체로키가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운전대가 무겁다는 건 '뻑뻑하다'가 아닌 운전대를 돌리는 데 손목에 힘을 더 줘야 하는 '묵직함'에 가깝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글로만 접했던 운전의 재미, 즉 '펀(Fun) 드라이빙'을 처음 접했던 순간이었다.
또 다른 재미는 '운전 모드'에 있다. 많은 눈이 내린 날, 포장도로와 오프로드를 번갈아 달리다 보니 모드 변경의 재미가 극대화된 측면도 있다.
모드는 바위(Rock), 흙·진흙(Sand·Mud), 눈(Snow), 자동(Auto), 스포츠(Sport)로 나뉜다. 이 중 '흙·진흙'과 '눈' 모드를 경험해봤다. '흙·진흙' 모드는 조심할 부분이 있다. 처음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을 밟으면 마치 진흙 속에서 탈출하듯 차가 앞으로 나간다. 재미는 있지만 실제로 바퀴가 진흙에 빠졌을 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눈' 모드는 내리막 산길에서 시험했다. 자동 제동으로 천천히 내려오기 때문에 안정적이긴 했지만 동시에 지루했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 자체가 주는 안정감과 무게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눈' 모드의 필요성이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체로키는 급격한 경사를 오르거나 내려올 때 도움을 주는 '셀렉-스피드 제어 시스템'과 '경사로 밀림 방지'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 등을 장착하고 있다.
제조사 측은 인테리어와 관련해 "기술과 아름다움이 융화됐다"고 설명했지만 운전의 재미를 넘어설 만큼 인상적이거나 편리하거나 창의적인 요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오프로드 주행 역량을 갖춘 차에 대해선 늘 의문이 따른다. '과연 지프의 차주(車主)는 1억원 가까이 하는 차를 몰고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을까.' 올 뉴 그랜드 체로키 가격은 리미티드가 8550만원, 오버랜드가 9350만원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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