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신사처럼 … 코너링에서도 차분함 그대로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감
관성 최소화해 안정적 제동력
시속 100㎞ 넘어도 소음 미미
제네시스 G80보다 40㎜ 길어
일자 눈썹모양의 램프 인상적
어느 봄날, 장롱면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운전을 본격적으로 배우던 당시 기자의 운전 스승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늘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 정차할 때는 동승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차분하게 멈출 것.
운전석에 앉는 게 익숙해진 지금도 두 가르침을 완전히 체화하진 못했다. 앞차와의 간격 중간에 제3의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여전히 수양하고 있다. 그나마 '차분한 제동'은 익숙해졌다. '운동하고 있는 물체는 운동을 계속하려 한다'는 관성의 법칙을 동승자가 체감하지 못할 만큼 브레이크 페달을 완벽하게 조작했을 때는 뿌듯하기 그지없다. 제동 스킬이 일정 수준에 올랐다고 자평하곤 했다.
7세대 그랜저(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운전석에 앉아 보고서야 알았다. 차분한 제동능력은 운전자의 발끝에만 달린 게 아니라 차량 성능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 양평군 양서면까지 왕복 100㎞를 시승하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마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이드의 제동력은 인상적이었다. 멈춰서야 할 곳에 정확히 멈춰서는 것은 물론 발끝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차분하게 정지한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전반적으로 육중한 느낌이 강조됐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게 반응하며 부드럽게 속도를 낸다. 운전대를 잡은 양손에도 차체의 무게감이 전해진다. 왼쪽으로 크게 굽이진 길을 돌 때 오른쪽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느낌이 들 법도 하지만 이 차는 차체가 도로에 꼭 달라붙어 있는 듯 안정적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e-모션 드라이브' 기능이 적용됐다. 전기모터를 단순히 동력 보조원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승차감, 주행 성능 개선을 위해 활용했다고 한다. 속도 방지턱을 지나거나 가속 시 차량 흔들림이 작고, 급히 핸들을 꺾을 때도 안정적인 선회 성능을 구현하는 비결이다.
이 차는 과묵하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으로 속도를 내도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바람소리 때문에 혹시 창문이 열려 있는 건 아닌지, 창문 조작 버튼을 괜히 눌러보는 일이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운전하면서는 없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는 동안에도 노면 소음을 잘 차단한다. 신형 그랜저에는 소음을 낮추기 위한 기술이 적용됐다. 노면 소음 저감기술인 액티브노이즈컨트롤로드(ANC-R)를 비롯해 이중 접합 차음 유리, 도어 3중 실링 구조, 분리형 카펫, 흡음 타이어,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등이 탑재됐다.
연비도 정직하다. 양재동에서 양서면으로 왕복 100㎞의 거리를 에코 모드로 주행한 결과 연비는 ℓ당 17.4㎞를 기록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타이어 크기에 따라 다른데, 18인치 타이어는 ℓ당 18㎞, 19인치는 ℓ당 16.7㎞ 등이다.
외형은 부피감이 두드러진다. 신형 그랜저 크기는 전장 5035㎜, 전폭 1880㎜, 전고 1460㎜ 등이다. 전장으로 말하자면 제네시스 G80보다 40㎜ 길고, 기아 K8보다도 20㎜ 더 길다. 특히 일자 눈썹 모양의 수평형 램프와 그 아래 공간을 가득 메운 그릴의 형상은 차량의 부피감을 극대화한다. 아직 길거리에 신형 그랜저가 드물게 보이는 현재는 이 같은 디자인을 두고 독특하고 희소하다고 평할 수 있겠지만 머지않아 택시로 보급된 이후에도 신형 그랜저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디 올 뉴 그랜저 하이브리드 가격은 4233만원부터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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