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빠의 드림카 …"이번 生엔 고이 보내드림" [육카일기]

홍성윤 기자(sobnet@mk.co.kr) 2023. 1.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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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월 쌍둥이와 함께 폭스바겐 '골프 GTI'
아이스박스는 피난민처럼
따로 들고 타야 했다
아이가 하나면 괜찮지 않나?
드림카를 애써 변호해 봤지만
부족한 수납력 앞에선
비겁한 변명이 됐다

매일경제 자동차 섹션이 육아에 초점을 둔 시승기 '육카일기'를 선보입니다. 신차 구매 계기 중 하나가 출산과 육아입니다. 중형 크기 이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정답 같지만 사실 소득·취향·생활방식·자녀 수·연비 등 고려할 게 많습니다. 육카일기는 출산·육아로 새 차 마련을 고민 중인 독자에게 육아 관점에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합니다. 주말마다 '내 짐 없이 한 짐 가득한' 차의 시동을 거는 모든 부모를 응원합니다.

"현실적인 드림카? 당연히 골프 GTI지." 총각 시절부터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폭스바겐을 대표하는 '고성능 핫해치' 8세대 골프 GTI를 시승하는 건 그만큼 설레는 일이었다. 폭스바겐 브랜드에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아빠의 드림카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드림카에 함께 탈 가족이 2명 더 늘었을 뿐이다. 생후 29개월 된 쌍둥이 남매와 함께 골프 GTI 첫 주행을 시작했다.

첫 만남부터 쉽지 않았다.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조이 아이스핀 360 영유아용 카시트 2개를 분리해 골프에 설치하는 내내 진땀을 흘렸다. 상대적으로 협소한 공간 탓에 차양막을 분리하고 뒷좌석 헤드레스트를 끝까지 올려야 하는 등 선행돼야 할 작업이 많았다.

아이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느라 아빠와 엄마, 외할머니까지 총 3명이 타야 하는데 뒷좌석에는 거의 공간이 남지 않았다. 날씬한 장모님은 여차저차 탑승했지만 자세가 불편해 장거리 운행까진 무리였다. 무엇보다 뒷좌석 레그룸이 좁아서 운전석과 조수석을 최대한 앞으로 당긴 다음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하고 운전석을 뒤로 밀자 아뿔싸, 아이의 신발이 의자에 닿는다. 비엔나 고급 가죽시트와 아빠의 마음에 발자국이 생겼다. 도어 포켓을 비롯한 일부 내장재가 오염에 취약한 재질인 점도 아쉬웠다.

골프 GTI는 최저 지상고가 낮은 편이지만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고 내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밝은 실내등은 호평 일색이었다. 아이들이 떨어트린 물건을 찾느라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부산을 떨었던 경험을 해본 부모로서는 충분한 실내등 광량이 매우 반가웠다.

골프 GTI의 수납공간은 아쉬움과 만족이 교차한다. 도어 안쪽 수납공간은 꽤나 넓어서 뽀로로 보리차와 빨대컵 등을 꽂아두기에 넉넉했다. 센터 콘솔 컵홀더에는 커피컵은 물론 보온병도 무리 없이 거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암레스트 커버를 젖히자 협소한 공간이 반겼다. 육아 필수품 70매 물티슈도 들어가지 않았다.

트렁크에 쌍둥이 디럭스형 유모차인 뻬그뻬레고 북포투를 실어봤다. 불가능했다. 뒷좌석을 앞으로 접으면 가능했지만, 유모차를 위해 아이를 내려두고 가는 주객전도 상황이 된다. 아이들이 걷는 걸 좋아해 평소에도 유모차는 잘 안 들고 다니는 편이니 타협할 수 있었다. 문제는 캠핑 장비다. 부피가 큰 오패캐 오토 패밀리 캐빈텐트를 넣어봤다. 불가능했다. 크기가 작은 편인 패스트캠프 아이두젠 오토6 원터치 텐트는 수납 가능했지만 여기에 타프, 접이식 협탁, 접이식 의자 4개, 버너까지 넣으니 트렁크가 꽉 차 아이스박스는 피난민처럼 따로 들고 타야 했다. 아이가 한 명이라면 괜찮지 않나? 드림카를 애써 변호해봤지만, 부족한 수납력 앞에선 비겁한 변명이 됐다.

아빠의 드림카는 달릴 때 완벽했다. 스포츠 모드와 컴포트 모드 어느 쪽이든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그르렁거렸다. 오르막길도 평지와 다름없는 가속력으로 치고 올라갔다. 평소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에코 모드로 '살살' 몰고 다니는 아빠에게 가슴 설레는 경험이었다.

D컷 스티어링 휠을 통한 조향 반응은 재빨랐고 서스펜션은 단단했다. 캠핑과 딸기농장 체험 등 지방 국도와 노지를 다닐 일이 많은 네 가족에게는 다소 덜컹거리는 느낌을 줬지만 아이들은 싫어하지 않았다. 침대보다 차에서 더 깊은 잠을 자는 아이들은 깨지 않았다. 무엇보다 1열 통풍 시트, 전 좌석 열선 시트, 헤드업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램프 등 옵션을 갖추고도 4509만원이란 합리적 가격대는 매력적이다.

계속 달릴 수는 없는 법이다. 멈춰 서자 완벽함이 반감됐다. '세컨드 카'로는 적합하겠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세컨드 카로 부적합한 차량이 어디 있냐는 반론에는 할 말이 없었다.

[홍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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