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왜건'의 속좁은 실내 … 광활한 트렁크 공간 좀 나눠줘 [육카일기]
뒷좌석은 정말 좁다
운전자가 필요한 최소 공간만
확보해도 뒤에 앉은 아내는
4시간 가까이 꼼짝할 수 없다
카시트는 반드시 운전석
뒤편에 장착해야 한다
아빠의 취향은 어디까지 존중받을 수 있나. 자녀가 생후 18개월에 불과하다면, 존중받고 싶은 취향의 대상이 가족이 다 같이 타는 자동차라면, 온 가족이 그 차를 타고 서울과 경북 청송을 왕복 주행해야 한다면, 그리고 그 시점이 눈이 많이 내린 직후 어느 겨울날이라면 말이다.
특이 취향을 지닌 아빠의 선택은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였다. 세련된 디자인의 세단인 G70도 아니고,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널찍하고 멋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도 아니다. G70 슈팅브레이크다.
제네시스의 유럽 전략 차종으로 왜건형 스타일인 이 차는 작년 6월 국내에 출시됐다. 가격은 기본 모델 기준 4310만원이다.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아쉬운 연비(도심 기준 ℓ당 8~9㎞)는 둘째 쳐도 뒷좌석이 너무 좁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미혼이거나 무자녀 가정이 아니면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게 다수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중형 이상의 SUV를 몰고 가족 여행을 가는 일은 너무 흔한 것 같아 꺼려졌다. 그래서 슈팅브레이크 여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봐, 해보긴 했어?"라고 자문하면서 말이다.
출발하기도 전에 카시트(브라이텍스 듀얼픽스2)를 보조석 뒤편에 설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슈팅브레이크 뒷좌석은 정말 좁다. 그래서 키 178㎝, 몸무게 80㎏인 운전자가 필요한 최소 공간만 확보해도 뒤에 앉은 아내는 4시간 가까이 꼼짝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카시트는 반드시 운전석 뒤편에 장착해야 한다. 여행 내내 뒷좌석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아내의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보조석은 최대한 앞으로 기울이고 당기는 게 좋다. 보조석 위아래에 아이용 음식·간식·기저귀 등 각종 용품·장난감 등을 두면 된다. 카시트 고정 장치(아이소픽스)를 끼우기 편리한 것을 보고 제조사 역시 '아빠의 취향'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차 높이(1400㎜)는 평범하지만, 다이내믹한 주행 감성을 추구해서인지 시트에 앉으면 몸이 푹 잠긴다. 그러다보니 카시트에 아이를 앉힐 때 평소보다 몸을 더 숙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시트에 탄 아이와 아내 모두 차에 몸 일부가 잠긴 채 여행한다. 익숙하지 않을 뿐,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고 한다.
트렁크 공간(465ℓ)은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의 크기를 자랑한다. 리모와 중대형 캐리어와 잉글레시나 절충형 유모차가 동시에 세로 방향으로 들어간다. 연비는 서울 강북에서 연료통을 꽉 채워 출발하면 청송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 치악산 휴게소쯤 오면 다 떨어지는 정도다.
왕복 600㎞, 휴게소 휴식시간을 포함해 총 10시간에 가까운 자동차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Good"까진 아니지만 "Not Bad"는 됐다. 하지만 자녀가 둘 이상이면 슈팅브레이크는 포기하는 게 좋다. 외동이라도 36개월이 넘어가면 운전하는 내내 카시트에 탄 아이의 발길질을 감내해야 한다.
'에코'나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스포츠'로 전환하면 시트가 운전자 허리를 살포시 잡아준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위로를 전하는 듯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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