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통상·반도체전쟁 … 수출기업, 복합위기 파고 넘는다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1. 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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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수출은 각국 산업 정책과 규제 강화에 대비하는 것에 명운이 달렸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2년 7대 통상뉴스와 2023년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수출 관련 통상 이슈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중 갈등, 미래 핵심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간 '보조금 경쟁' 격화, 기후변화(탄소) 통상 시대 본격화의 원년, 경제안보 우선의 무역협정 추진 가속화, 무역제한조치 확산의 중심에 선 노동·인권, 전자상거래를 넘어 데이터 통상 시대로의 변화, 타깃형 수입규제조치 시행 등이 선정됐다.

현재 미·중 갈등은 상품무역을 넘어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공급망 재편을 위한 갈등도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중 갈등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2021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은 6915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도 5587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12월에는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인 YMTC를 포함한 36개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에 포함하는 등 대중국 공급망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요국은 자국의 핵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경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 지출, 조세 상의 지원, 특혜 금융과 같은 각국 정부의 정책 지원은 2018년 3903건, 2019년 4437건에서 2020년 5081건으로 매년 증가했고 올해도 코로나19 대응, 탈탄소 경제 전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과 에너지 위기 대응, 디지털 경제 전환 등으로 인해 각국 보조금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범 시행되는 올해는 '탄소 통상' 시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EU는 지난해 12월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주요 쟁점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며 적용 품목에 기존 집행위원회 초안에서 제시된 철강, 알루미늄 등 5개 품목 이외에 수소를 추가하기도 했다. 이 제도 시행과 함께 탄소배출량이 많은 철강, 시멘트 등 역내 일부 산업에 탄소배출권 구입을 면제해주는 탄소배출권거래제 무상할당 폐지도 2034년까지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으로 인해 약화될 우려가 있는 우리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을 보완해줄 수 있도록 우리도 수출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 금액을 고려해 탄소배출권거래제상 유상할당을 무상할당으로 전환하거나 수출 리베이트 제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미국, 중국, EU 등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을 앞세워 반도체, 전기동력차, 배터리 등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제도 마련 단계부터 우리의 이익 반영을 위한 협상 노력을 적극 전개하는 한편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과 동등한 경쟁 여건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국내 시설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확대 등 보조금 제공을 늘려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지정학적 위기와 세계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간파하고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DX부문은 사업 간 경계를 뛰어넘는 통합 시너지를 확대하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멀티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에 앞서 '맞춤형 경험으로 열어 가는 초연결 시대'를 위한 비전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140억개에 달하는 다양한 커넥티드 기기들을 원활하게 연결해 사람들의 일상과 지구 환경을 위해 많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는 기술 비전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 DX부문에서 절반에 가까운 임직원들이 커넥티드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고객 경험을 더욱 정교한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싱스 생태계 또한 개방과 협업으로 확장하고, 연결되는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언제·어디서·누구나 초연결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함께 생태계 확대에 앞장서 기술 혁신을 넘어서 고객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47만여 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0.6%를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도요타그룹이 45년 만에 이룬 두 자릿수 점유율을 현대차그룹은 10년가량 앞당겼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와 싼타페의 완전변경모델과 현대차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5 N을 선보인다. 아이오닉5 N은 '한국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른 차'라는 타이틀을 가진 기아의 고성능 전기차 EV6 GT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또 현대차는 6억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아세안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권역별 시장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고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해 고객이 신뢰하는 친환경 일류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수출 비중이 2014년 내수를 처음으로 넘어선 데 이어 최근 미국 등에 대규모 글로벌 투자를 약속하는 등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은 미국·헝가리 등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북미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기업들과 친환경 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며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는 계열사별로 고객 가치 관점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등 미래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가전 사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고객 경험을 확장하고, 올레드TV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한다. 또 본궤도에 진입한 전장 사업을 강화하고 전기차 충전 솔루션 등을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해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주력한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를 주요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낙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분야 육성을 위해 양극재부터 분리막, 방열접착제, 음극바인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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