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혹한기, 정책금융의 역할[취재 후]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한 1970년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경기침체 우려 등 여론에 밀려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다 결국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참가자들은 “위원회의 (인플레이션) 대응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위원회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했다. 19명의 FOMC 위원 중 올해 금리 인하를 점친 위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물가상승률 둔화와 경기침체 우려 등 영향으로 연준이 하반기에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명확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연준의 정책금리 기조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판단의 주요 기준이다. 한은도 연준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나올 때마다 부정적인 메시지를 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물가가 목표치(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결국 올 한 해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국내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뇌관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신규취급액 기준 63.2%, 잔액 기준으로는 77.9%였다. 특히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고금리 고통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경제 혹한기에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한 해다.
금융당국이 법정 최고금리 인상(연 20%→연 27.9%)을 검토 중이다. 자금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중단하면, 갈 곳을 잃은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국은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이자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불법 사채라는 늪에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뜩이나 고금리에 고통받는 취약차주들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취약차주를 위한 햇살론·생계비 대출 등 정책금융 비중을 적극 늘려야 할 때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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