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품은 VIG파트너스, 투자 성공사례 만들 수 있을까

윤정원 2023. 1.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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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이스타항공 지분 100% 인수 계약 체결
AOC 발급 난항에 판도 바뀐 LCC 업계 '변수'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았다. 다수의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온 이스타항공이 사모펀드 휘하에서 재도약에 나설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 VIG파트너스, '이스타항공 살리기' 1500억 원 투자

16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달 6일 VIG파트너스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VIG파트너스는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이 보유한 구주를 400억 원가량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VIG파트너스는 이달 말까지 이스타항공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100억 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 살리기'에 투입하는 비용은 도합 1500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철민 대표가 공동 설립한 VIG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보고펀드를 모태로 한다. VIG파트너스는 한국 중소·중견기업 바이아웃(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한 후 기업가치를 올린 뒤 매각해 수익을 내는 투자 방식)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재와 유통, 금융, 서비스 분야 등 총 26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금번 이스타항공 인수는 지난해 8월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 투자에 이은, VIG 4호 펀드의 여덟 번째 투자다.

VIG파트너스가 투자처로 낙점한 이스타항공은 지난 2007년 설립됐다. 2009년 1월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국제선 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누적 탑승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표 LCC 업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19년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경영에 위기가 닥쳤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암초까지 맞닥뜨렸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횡령·배임 문제와 취업 비리 의혹, 타이이스타젯 설립,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에 대한 취업 특혜 의혹 등도 불거졌다.

갖은 논란으로 사실상 파산 위기에 몰렸던 이스타항공은 성정이 12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지난 2022년 3월 가까스로 기업회생에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 없이 고정비만 나가는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하면서 재무부담은 가중됐다. 결국 성정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VIG파트너스에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넘기는 결단을 내렸다. 백제컨트리클럽 등을 운영하며 알짜배기 기업으로 꼽히던 성정은 항공기 한 대 띄워보지 못하고 약 800억 원을 손해 보며 VIG파트너스에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VIG파트너스 측은 "이스타항공은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 업계에서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어온 기업이다. 거시경제 전망은 불안정하지만 이번 투자를 통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으므로 향후 환경 변화에도 기민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만큼 2023년은 이스타항공이 재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새 출발을 알리며 이스타항공의 신임 대표도 바꾸고 나섰다. 이번 투자 이후 이스타항공이 신임 대표 자리에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가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한다. 조 신임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한국지역본부장을 역임했고, 에어부산 경영본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조중석 신임 대표는 "거시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올 한 해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도약이 국내 항공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1월 말에 거래종결과 거의 동시에 취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판도 바뀐 LCC업계…AOC 발급, 능사 아닐 수도

다만 VIG파트너스의 청사진에도 불구, 지지부진했던 AOC(항공운항증명) 재발급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항공운송사업자의 재무건전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며 이스타항공에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 측은 국토교통부에 대주주 변경건에 대해서만 알린 상태로, 변경면허 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유동적이다. 국토부는 "회사의 자료 제출과 이에 따른 보완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간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AOC를 발급받는다고 과거의 어려움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국내 LCC 업계 상황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 EU, 일본 및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의 기업결합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양사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합쳐진 거대 LCC의 출범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다.

단거리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티웨이항공도 위협 요소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기준 국제선 회복률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 주력 노선인 일본의 경우 여객이 지난해 9월 1만3796명에서 12월 26만5130명까지 뛰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중대형기 A330-300을 도입하며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등에 취항을 시작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노선이 완전히 재개된 것도 아니고, 일본 노선도 과거에 비해 70%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며 "이스타항공만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코로나 이전에 겪었던 경영상 문제들을 다시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9년 회사 매각을 추진한 후 4년 가까이 공백기가 있었다"며 "자금 문제와 덩치 싸움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생 LCC와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경영 정상화에 나선 이스타항공은 최근 전북 군산에 둔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사무실 일부를 서울과 대전 등으로 옮긴 상태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충북도와 협의한 적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지분을 100% 넘기는 구조다 보니, 인수 후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이스타항공 쪽에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VIG파트너스 측은 "이해 관계자인들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전혀 없다. 항공기 관련 인허가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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