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기업 한푼도 안 내다니”…일본 시민사회도 “해법 아냐”

김소연 2023. 1.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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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기업이 사과도 하지 않고, 보상으로 1엔도 내지 않는 방안은 해결이라고 부를 수 없다."

지난 12일 한국 외교부가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돈을 모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을 지급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공식화하자, 수십년 동안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 사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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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일본 학자·변호사·시민사회 등 94명 공동성명
오카모토 아쓰시 전 <세카이>(세계) 편집장(가장 왼쪽부터), 나카자와 게이 작가,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1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회관에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피고 기업이 사과도 하지 않고, 보상으로 1엔도 내지 않는 방안은 해결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일본 시민사회가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일본은 빠진 채 제3자가 보상하겠다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오카모토 아쓰시 전 <세카이>(세계) 편집장, 나카자와 게이 작가,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1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회관에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비판했다.

지난 12일 한국 외교부가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돈을 모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을 지급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공식화하자, 수십년 동안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일본 시민 사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학자·변호사·언론인·시민사회 94명이 참여한 ‘피해자 부재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징용공’(강제동원) 문제, 일본 정부·일본 기업에 호소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야노 사무국장은 “한-일 정부 사이에 강제동원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가 납득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성명의 취지를 설명했다. 야노 사무국장은 27년째 강제동원 피해자의 소송을 돕고, 일본 정부와 기업에 사죄와 배상·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활동가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일본 기업이다. 민사소송에서 강제노동 사실, 그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인정돼 (피해 배상) 판결이 확정된 것”이라며 “피고 기업의 채무를 다른 사람에게 ‘대신’ 받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진출 대기업이라면 ‘글로벌 기준’인 인권 존중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성명에서 1965년 이후 이뤄진 1995년 ‘무라야마 담화’(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한 사죄),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을 언급하며 “징용공 문제는 끝난 일이라고 넘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시민사회는 무엇보다 수십년 이상 싸워온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해법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성명엔 대법원에서 승소한 양금덕(미쓰비시중공업 피해자) 할머니가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전에 죽어도 죽을 수 없다”, 이춘식(일본제철 피해자) 할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발언한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가 공개한) 해결 방안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남겨둔 해결은 오히려 해결을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나카자와 작가는 “한-일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카모토 전 <세카이> 편집장은 “일본 정부가 ‘과거에 사과를 했으니까 이걸로 된 것 아니냐’고 말하면 안 된다”며 “진정한 사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와 보상을 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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