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배터리 기술 글로벌 1위 경쟁력, 동진기업 양오열 CEO
‘테슬라모터스’ 배터리 전량 공급…‘협력업체 상생상’ 수상 가장 큰 보람’
[더팩트 l 광주=박호재, 나윤상 기자] 전기자동차 산업은 배터리 기술이 생명이다. 그럼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전문기업인 테슬라 모터스의 배터리는 누가 공급할까? 누구나 한번 쯤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그리고 광주에 있는 직원 50명 규모의 기업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또 한 번의 궁금증을 품게 될 것이다.
테슬라 전기 자동차는 모두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한다. LG가 이 배터리를 전량 공급하고 있으며, 광주에 있는 동진기업(광산구)이 LG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공급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배터리 100%를 사실상 동진이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배터리 부문에서 현재까지 경쟁 상대가 없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 1위, 동진기업 양오열 CEO를 <더팩트>가 만났다.
-창업 이후 회사 성장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2009년에 창업을 해서 처음에는 기술영업으로 유통부터 했다. 제조업을 곧바로 하고 싶었지만 자금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통으로 자본을 축적한 후 2011년도에 현재의 공장을 구입했지만 곧바로 배터리 생산을 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 부품 관련 자동화 라인을 설치해 생산을 하다가 2014년경에 배터리가 유망한 미래 산업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전문 연구원을 고용하고 기술개발에 나섰는데 2016년부터 배터리산업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배터리를 만드는 설비를 생산하고 있다. 아직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지금의 단계에 이르렀다.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보니 찾아가는 마케팅이 아닌, 오는 바이어들 맞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동진과 함께 하는 지역 협력업체도 50여 곳에 이를 정도로 생산 규모도 커졌다.
-동진이 갖고 있는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배터리 분야는 원통형, 각형, 파우치 형, 그렇게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이 중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동진의 주력분야다. 원통형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무선 청소기, 드론, 아이들 장난감까지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기술력으로 보자면 동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외 합해 4군데 정도가 경쟁기업이라 볼 수 있다. 나라별로 보자면 유럽은 지금 걸음마 단계이고 중국의 씨에이티, LG, 파나소닉을 들 수 있는데, 중국은 생산능력은 최고수준이지만 성능에서 떨어진다.
배터리 생산 설비 기술 쪽에서 보자면 10년 전 쯤엔 파나소닉이 가장 앞서 있었지만 지금은 동진이 추월했다. 파나소닉은 분당 120~150개 수준이고 동진은 350개를 생산하는 장비를 만들 수 있다. 유럽 쪽에서 동진 장비 구입문의가 잇따르고 있고, 다음 달부터 독일 공장에 생산라인을 깔 예정이다. 완공되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이 뒤쫓아 오는 게 좀 신경 쓰이긴 한다. 동진의 설계 기술자는 현재 15명 수준인데, 중국은 북경대 출신 엔지니어를 100명~1,000명 규모로 확보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대비는 하고 있다. 우리 회사만 해도 1년에 5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다.
-2019년 1000만불 수출탑, 그리고 작년에 3000만불 수출탑 수상했다. 향후 사업 확장 계획은?
작년에 500억원 매출 올렸고 올해 계획은 1000억원이다. 내년에 잡힌 수주액이 1500억원 정도 되니까 매년 2~3배 신장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재 공장이 부족해서 지금 공장 부지 곁에 제2공장을 신축하고 있으며, 3공장도 지금 설계중이다.
올해하고 내년, 600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장비 생산 판매는 어려운 사업이다. 제조 기업들이 생산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장비 공급업체들은 할 일이 없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캐피스타’ 라는 자체 2차 전지 생산라인을 개발해서 다음 달에 라인이 깔릴 예정이다.
지금은 원형이 주력이지만 각형 배터리나 파우치 배터리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엔지니어들을 스카웃해서 개발 중이며, 진공펌프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기존 제품을 넘어서는 독보적인 특허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럽 마케팅 실적, 그리고 새로운 자체 생산라인을 통한 배터리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노인 일자리,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실 유럽시장 개척과 자체 생산라인 구축을 계획할 때부터 머리속에 담아둔 생각이었다.
사회취약계층 일자리 만들기에 계속 노력할 것이다. 제 아이도 장애 1급이다. 장애인들의 놀이터와 같은 일터 만들기를 늘 꿈꾼다. 계획했던 대로 자동화 설비가 구축되면 장애인들도, 그리고 연로한 어르신들도 일할 수 있는 고용기회가 많이 주어질 것이다.
-성공한 CEO로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얘기가 있다면?
남들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남들이 생각 안하는 부분에 착안해야 한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구상할 때 인터넷 검색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는 사업계획을 짤 때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한다.
일단 내 생각대로 계획을 짠다. 그리고 시대 흐름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에서 인터넷 정보들을 참고한다. 인터넷 검색해서 사업 계획 짜면 인터넷 본 모든 이들이 비슷한 사업구상을 하지 않겠는가. 시작부터 수천 명과 경쟁하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 중 1%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업계획 짜면 필시 실패하기 쉽다. 나만의 생각으로 구상해야 한다.
-수도권에 비해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지방에서 기업 운영하며 특별히 보람을 느낀 점은?
제조업의 경우 경기도 쪽으로 가면 마케팅 등 유리한 측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제가 사람들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은 상이 ‘협력업체 상생 상’ 수상이다. 협력업체에 돈을 안주고 싶어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공기업이 아니면 쉽게 받을 수 없는 상이다.
함께 상받은 민간업체가 몇 군데 아니었고, 그것도 대기업 수준의 회사만 받는 상인데 동진이 받았다. 거래하는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광주지역에서 선택한다. 현재 광주지역 협력업체가 40~50곳 정도 된다. 일 수준도 조금 미흡하고 가격도 좀 비싼 편이지만 부족한 부분 채워주며 함께 맞춰 나간다.
제가 이쪽 출신(전라남도 함평)이기도 하지만 지방에서 사업하며 지역민들에게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앞으로도 그런 부분에 최선을 다 하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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