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담 "번아웃인 줄 알았는데 임파선 전이..갑상선암 목소리 잃을 뻔" [인터뷰 종합]
[OSEN=하수정 기자] 박소담이 '유령' 촬영부터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복귀하기까지 힘들었던 지난 2년을 되돌아봤다.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유령' 주연 배우 박소담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유령'(각본감독 이해영, 제작 더 램프㈜, 제공배급 CJ ENM)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다.
박소담은 극 중 총독부에 잠입한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을 찾으려는 덫에 걸려 호텔로 끌려온 유리코로 분해 열연했다. 도발적인 매력을 무기 삼아 조선인임에도 총독부 실세인 정무총감 비서 자리까지 오른 야심가 캐릭터다.
암투병 이후 처음으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에 응한 박소담은 이전보다 한층 밝아진 얼굴을 드러냈다. "'기생충' 때 내 머리 색깔을 다들 궁금해하셔서 '영화 '특송' 때 인사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그땐 수술 직후라 목소리도 안 나오고 몸을 움질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 1년 후에 뵙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앞서 박소담은 2021년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 받아 수술을 했고, 다행히 건강하게 회복해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이해영 감독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안부 전화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소담아 너의 미친텐션을 한 번 보여주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라고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행복했다. 첫 주연작 '경성학교'를 했을 때 감독님께서 날 믿어주셨고, 디테일한 부분도 잡아주셨다. 이번에도 '미친텐션'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더라. 어떤 캐릭터길래 그런 에너지를 뿜어낼까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다"며 캐스팅 과정을 언급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소담이 '유령'을 촬영하는 동안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았다.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느끼지 못했다.
박소담은 "촬영을 하는 내내 몸이 아픈지도 몰랐다. 스스로 번아웃이 온 줄 알았다. 그날 그날 연기를 하고, 매일 현장에 나가는 게 두려웠다. 내 몸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게 감정적인,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서 선배님들과 감독님께 죄송했다"며 "매일 매일 내 연기를 의심하던 시기여서 촬영이 끝나면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울고, 선배님들도 내가 우는 걸 봤다. 나중에 선배님들도 '소담이 네가 아파서 그랬었구나'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다행인 건 건강검진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유령' 후시 녹음을 하게 됐다. 근데 수술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소리 신경을 잃을 뻔 했다. 위치가 너무 안 좋아서"라며 "그 시기에 딱 맞게 최선을 다해서 유리코 캐릭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그 뒤에 아프다는걸 알게 돼서 시기적으로 너무 다행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후시 녹음도 제대로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박소담은 "이렇게 회복을 하고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을 만나고 내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요즘"이라며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고 '만족했다 안 했다'보단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유령' 팀은 나의 모든 감정의 흐름을 다 보신 분들이다. 나에게도 애틋하고, 그 감정을 가까이서 지켜보셨다. 암투병 기사가 나가고 나서도 가장 많은 전화를 주셨던 분들이 '유령' 팀이다. 그래서 언론시사회 날 모두 함께 울지 않았나 싶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내비쳤다.
갑작스럽게 아프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히려 소중한 경험도 됐다고 했다. "사실 2년간 내가 살아오면서 어떻게 보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지만, 내 스스로 '박소담 너 잘 아팠다'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아팠기 때문에 스스로 락(lock)이 걸린 것 같다. '기생충' 인터뷰 할 때도 1년간 공백기를 가지고 번아웃이 왔는데, 번아웃 자체가 이렇게 계속 오는지 몰랐다. 살아가다가 한 번쯤은 무너질 수 있고, 빈도수가 잦아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게 이번인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항상 선배님들께서 작품을 하고 일을 할 때 '소담아 너 잘 쉬어야 돼, 한 작품 끝나면 여행도 다녀오고 바람도 쐬고'라고 해주셨는데, 그러질 못했다. 내 스스로 나에게 투자한 시간이 없었고, 그 작품을 위해서만 달려 나갔다. 사람 박소담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까 고민을 못했다. 원래 멍 때리는 걸 못했는데, 아픈 덕분에 의도치 않게 멍 때리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얼마나 감사한 분이 많은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박소담은 암 수술을 끝내고 32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 10월, 34일 동안 무계획으로 떠났다고.
박소담은 "유럽으로 떠났는데 바로셀로나, 스위스, 런던에 갔고, 아이슬란드에 가서 오로라까지 보고 왔다. 공항에 갈 때부터 회사 직원들이 혼자 여행 가는 게 괜찮냐고 걱정하더라. 나도 불안했지만 혼자 떠나긴 했다. 런던에서 이정은 언니가 영화제를 하길래 만났고, 봉준호 감독님과 통역사 샤론 최 언니도 만났다. 이후 혼자 운전해서 아이슬란드를 막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여행을 가기 전에는 못 해낼까 봐 걱정했다. 혼자서 뭘 해 본 적이 없었다. 가족들과 같이 살아서 '박소담 넌 혼자 할 줄 아는 게 없었구나' 했는데, 다행히 운전은 잘해서 스위스에서 자연 속을 다녔다.(웃음) 굉장히 내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외국에 가니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더라. '더 잘 살아가야겠다' 싶었다. 무계획으로 떠났는데 계속 연장하고 연장해서 34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것도 전부 내가 아팠던 덕분"이라고 했다.
여행을 다녀온 박소담을 무엇을 느꼈을까. "앞으로 얼마나 살아가고 싶은지 확 정리가 됐고, 한국에 가서 '유령'을 홍보하고 싶었다. 에너지를 확 채우고 왔다.(웃음) 선배님들과 감독님을 만나서 '유령'을 홍보하고, 또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런 게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하루인 것 같다. 여행에 대한 기록을 인스타에도 못 올렸는데, 홍보가 끝나면 정리해서 올릴 예정이다. 영상도 찍었는데 '우당탕탕 박소담'이 제목이다"며 웃었다.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떠냐?"라는 질문에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피부가 다 뒤집어져서 보시기에 안 좋을 수도 있다. 아직은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수술 부위 때문에 많은 곳이 정체 돼 있다. 그래서 지난해 4월부터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5~6번씩 가는데, 오늘 아침에도 하고 왔다. 내 자신의 패턴을 찾아가고 있는데, 흐름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겠더라. 스케줄을 하루 가면 예전만큼 체력은 안 되지만, 작년 이맘 때를 생각하면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통 암투병은 완치 판정 기간을 5년으로 보는데, 박소담은 "5년은 항암을 하면서 재발할 확률을 볼 때 한다고 하더라. 난 너무 다행히도 항암을 하지 않았는데, 목 안에 혹이 10개가 있었다. 임파선까지 전이가 됐다. '특송' 홍보를 하게 되면 목소리 신경을 잃을 수도 있어서 교수님이 수술을 안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때 임파선 전이 다음이 폐라고 하시더라. 늦으면 항암도 해야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수술 후 목소리를 찾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며, "완치까지 정확히 몇 년은 아니지만, 지금은 나의 목소리가 나오고 컨디션도 잘 쉬어가면서 조절하고 있다. 그래도 약은 5년 이상 먹어야 하고, 내 패턴을 찾아가야 한다. '완치다 아니다'를 내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호르몬 때문에 컨디션이 뚝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준비 해야한다. 예전보다 날 더욱 들여다 봐야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 '유령'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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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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