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타오를 때마다 국방부에서 불 끄러 나오는 ‘이 사람’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3. 1. 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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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전문가·정치인 출신 신범철 국방차관
언론 출연해 “핵무장 아닌 확장억제” 진화
북핵아닌 남핵문제 ‘이상과열’ 막는데 역할
신범철 국방부 차관(왼쪽)이 지난해 9월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이 불거진 때마다 논란을 수습하는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있다.

바로 북한·안보 전문가이자 정치인 출신인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다. 신 차관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여의도와 용산에서 한미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 붙었을 때마다 방송에 출연해 파장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신 차관은 지난 11일 국방부 연두 업무보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핵무장론으로 해석되며 파문이 일자 이틀 뒤인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윤석열 정부는 비핵화, 비확산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하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방화선’을 쳤다.

그는 “생존권 차원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고려할 수 있지만 우리는 확장억제를 강화하자, 이것이 대통령의 발언”이라며 현 정부 국방기조인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신 차관은 지난 해 10월 여권 유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에 해당하는 한미 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을 때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등 방송에 등장해 소방수 역할을 했다.

이때도 신 차관은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성이 낮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키고 나섰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 차관이 북한이 아닌 한국의 핵문제와 관련해 논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는 일종의 ‘회로 차단기’ 기능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 커뮤니케이터 그리고 고위 당국자
이러한 신 차관의 역할은 정부 내에서 그가 가진 위치와 개인적 특성을 활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는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능한 전문가·정치인 출신의 고위 당국자로 규정할 수 있다.

일단 국방부 장관이 아닌 차관이라는 점이 그의 운신을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측면이 있다. 그는 정부의 국방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장군 출신 이종섭 장관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신속하게 정부 입장을 실명으로 펼칠 수 있는 고위 당국자다.

북핵·안보 사안과 관련해 신 차관이 쌓아온 전문성도 윤석열 정부 국방정책 ‘동시통역사’ 역할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그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외교부 △국립외교원 등 정부는 물론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에서도 북한·안보 문제를 연구해 온 학자이기도 하다. 신 차관 스스로도 지난 해 차관 취임사에서 “외교안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최고의 직장들을 두루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풍부한 미디어 출연 경험도 신 차관의 발언에 대한 이해·수용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는 과거부터 북핵·외교안보 사안이 터져나올 때마다 미디어에 빈번하게 나온 토론자이자 취재원이었다.

또 지난 2020년에는 미래통합당 후보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천안시 갑 선거구에서 출마하며 정치권의 문법도 익혔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지난 해 9월 ‘2022 서울 안보대화’를 계기로 열린 한일 차관급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이충우기자>
“우리 것이 아닌 것으로 우리를 지킨다”
여전히 모호한 확장억제 국민설득 관건
다만 정부가 확장억제라는 복잡하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개념을 어떻게 국민에게 납득시키느냐는 신 차관은 물론 정부 안보당국자들이 공히 안고 있는 난제다. 확장억제의 핵심수단인 핵무기와 전략자산이 한국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 소유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종섭 장관은 지난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이후 “미국이 본토를 공격당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국을 지켜줄 것인지 확실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EDSCG(확장억제전략협의체)”라고 말했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유사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공할 핵무력’이라는 이야기지만,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큰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신 차관도 지난해 EDSCG 참여차 미국을 방문해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살펴보며 확장억제력을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다.

한 대북·안보전문가는 “확장억제가 본질적으로 우리 것이 아닌 무기체계 등 군사력을 통해 우리를 지키겠다는 개념이라 설명이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정부가 상반기 한미연합연습 등을 통해 ‘확장억제는 이런 겁니다’라고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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