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송환하는 김성태, ‘국적기’에서 체포하는 이유는

국제법상 ‘기국주의’ 따라 당사국 법 적용 원칙
‘최순실 딸’ 정유라·세월호 유병언 딸 유섬나도…
‘BBK’ 진경준·’이태원 살인’ 패터슨 모두 기내 체포

지난 10일(현지 시각) 태국 골프장에서 검거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오른쪽)과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CBS노컷뉴스 제공) /뉴스1

태국에서 강제 추방되는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의 국내 송환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검찰은 두 사람이 귀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국제법과 우리 형법에 따라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 기내에서만 체포가 가능하다. 실제로 두 사람은 아시아나항공편을 통해 귀국하기로 했으며, 검찰은 두 사람을 체포할 수사관들을 태국 현지에 파견한 상태다.

16일 쌍방울그룹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은 17일 오전 12시 50분(현지 시각)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 항공편(OZ742)으로 귀국한다. 인천공항 도착 예정시각은 같은 날 오전 8시 5분(한국 시간)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두 사람이 항공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영장을 집행할 예정이다.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은 태국 영토지만 국적기는 우리나라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법상 ‘기국주의’(旗國主義)에 따른 것이다. 기국주의는 선박이나 항공기는 국적을 가진 국가의 배타적 관할권에 속한다는 국제법상 원칙이다.

우리 형법 제4조에도 기국주의 조항이 있다. 대한민국 영역 외에 있는 대한민국의 선박 또는 항공기 내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 적용한다는 규정이다. 공해상이나 외국이라도 한국 국적을 가진 비행기와 선박은 한국의 사법 주권이 영향을 미친다는 법 해석으로, 한국 국적의 선박 또는 항공기를 사실상 우리 영토로 보고 그 장소에서 죄를 범한 인물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다.

2007년 11월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국적기에 탑승하자마자 체포됐다.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 국적의 아더 존 패터슨도 미국 사법당국의 범죄인 인도 결정에 따라 2015년 9월 한국으로 강제 송환될 때 우리 국적기에 탑승한 직후 체포됐다.

지난 2017년 덴마크에서 송환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프랑스에서 체포된 세월호 실소유주 고(故) 유벙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장녀 유섬나씨 모두 해외 공항에서 우리 국적기에 탑승한 뒤 체포영장이 집행된 바 있다.

검찰이 두 사람을 기내에서 체포하기로 한 이유는 ‘특수한 상황’을 방지하고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 전 회장이 기내에서 자해하거나 승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포영장을 집행해야만 수갑을 채우는 등 물리적인 제약을 가해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

체포영장의 만료 시한이 48시간이기 때문에 검찰은 두 사람이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압송해 조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르면 18일, 늦어도 19일 오전엔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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