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올해도 악재 많아...본업에 충실해야

메타, 알파벳 등 주요 빅테크 대규모 구조조정 나서
호황시기 무리한 사업확장이 원인, 불경기 대비 본업에 집중해야
유럽발 규제 강화 바람이 타국에 번질 수도

지난해 11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메타 본사에서 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빅테크’로 불리는 미국 IT 기업들이 불경기와 규제 강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시기 호황을 누렸던 빅테크가 무분별하게 덩치를 키워 대량 해고를 초래했다며 올해는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이같이 진단하고 애플과 구글 등 주요 빅테크들이 올해 경기 침체로 제품 판매와 온라인 광고 매출 부문에서 타격을 입는다고 추정했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감원 계획을 세우고 구조 조정에 들어갔다.

WSJ는 지난해 약 1000개의 IT 기업들이 약 15만명을 해고했다며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해고된 IT 기업 직원들만 2만3000명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아마존은 올해 초 1만8000명 감원 방침을 발표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헬스케어 부문 계열사인 베릴리에서 직원 15%를 해고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직원의 13%를 줄였다.

신문은 빅테크들이 팬데믹 호황기에 사업 규모 예측을 잘못해 너무 많은 직원을 뽑았다며 이번에 해고된 인원들 대부분이 신규 고용된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했다. 메타의 앤드루 보스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해 내부 보고서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더 뽑는 방식에 의존했다”며 이러한 조치가 모든 의사 결정을 느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메타는 기존 SNS 광고 사업 외에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현실 생태계 개발에 막대한 돈과 신규 인력을 동원했지만 결국 적자에 시달리다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WSJ는 이와 동시에 알파벳이 주력 분야가 아닌 건강 분야에 투자했다 큰 손실을 냈던 베릴리의 구조조정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레드핀의 글렌 켈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WSJ 인터뷰에서 18개월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기업들에게 어떻게 조언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저 “멍청한 짓을 멈추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드핀 역시 지난해 빈 집을 개조해서 판매하는 투자방식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너무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고 전체 대비 13%의 인력을 해고했다. 켈먼은 올해는 “더 많은 현금을 쥐고 더 많은 부동산을 팔겠다”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본업인 주택매매 중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미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빅테크가 돈을 쉽게 버는 시대는 지났고, 최강 5등급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T기업들은 1980년대 록스타처럼 돈을 써왔으나 이제는 고정된 예산 내에서 노인들처럼 지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유럽발 규제 강화 역시 올해 빅테크 업계의 악재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메타가 사용자 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고, 반독점 규정 위반 조사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EU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빅테크의 자사 제품 끼워팔기를 금지하고 불법 콘텐츠 유통 행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WSJ은 EU의 이번 조치가 영국과 인도 등 유사한 입법을 고려하는 다른 국가에 참고가 될 것이라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가 세계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