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가 풍경화로 기록한 을지로…초이앤초이 갤러리 개인전

황희경 2023. 1. 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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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재호(52)는 지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사라질 상황에 놓인 건물과 아파트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캔버스와 한지에 낡은 건물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설 즈음 그렸던 그림에는 '마지막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었고 시계골목으로 유명했던 예지동의 분홍색 건물은 철거돼 이제 그림 속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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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나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How long have I been here), 2022 [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작가 정재호(52)는 지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사라질 상황에 놓인 건물과 아파트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캔버스와 한지에 낡은 건물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그의 관심은 최근 몇 년간은 서울 을지로로 향했다. 시계골목, 조명거리, 인쇄소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던 이곳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옛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재호가 사라져 가는 을지로의 풍경을 기록한 신작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초이앤초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재개발이나 근대화 도시의 흔적 같은 시선을 담기보다는 풍경화의 소재로 을지로를 바라본다.

작품 설명하는 정재호 작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정재호 작가가 16일 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2023.1.16zitrone@yna.co.kr

"(이런 모습이) 없어지기 전에 풍경화로 더 많이 그리고 싶었습니다. 이 지역의 풍경들은 아름답게 그려진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사회적인 코드 말고 풍경화에서 기대하는 풍부한 감수성의 측면으로 이 풍경을 다루고 싶었어요."

한 곳을 여러 차례 찾아 각기 다른 모습을 남기기도 했다. 눈이 왔을 때, 폭우가 쏟아질 때, 때로는 광각으로, 때로는 시야에 보이는 그대로 그때그때 달라지는 모습을 성실히 기록했다.

사진을 찍고 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사진 속 풍경과 실제 눈으로 보는 풍경과의 괴리감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무리 많은 수의 사진을 찍더라도 현장에서 실제로 풍경을 대면하는 생생함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중략) 날씨와 계절의 변화에 따라 풍경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여러 장의 사진을 두고 각기 다르게 표현되는 색과 빛의 조건을 따져가면서 구조들을 세우고 색과 질감을 입혀 나갔지만 다시 실제 풍경을 대면했을 때 풍경은 그림으로부터 아득하게 멀어지곤 했다."(작가노트 중)

영화 '숨바꼭질'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동대문아파트 등 여전히 남아 있는 풍경들도 있지만 일부 그림들은 이제는 볼 수 없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해 설 즈음 그렸던 그림에는 '마지막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었고 시계골목으로 유명했던 예지동의 분홍색 건물은 철거돼 이제 그림 속에만 존재한다.

전시는 2월25일까지.

정재호 '마지막 겨울 IV'(Last winter IV), 2022[초이앤초이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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