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위한 '초당적 모임'…엇갈린 '이해' 속내는 '복잡'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모인 정치개혁 모임이 16일 첫 발을 뗐다. 겉으로는 당리당략에 좌우하지 않고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을 이루자며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지역구와 소속 정당에 따라 엇갈린 이해관계 탓에 속내는 복잡하다.
여야 의원 50여 명으로 구성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초당적 모임)'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첫 공식 회의를 열었다. 초당적 모임은 김상훈·이종배·조해진·이용호 국민의힘 의원과 전해철·김상희·정성호·홍기호 민주당 의원, 심상정·이은주 정의당 의원 등 18명을 주축으로 한다. 현재 모임 참여를 약속한 국회의원은 70여 명 정도로 전해졌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지금이 초당적으로 정치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선거법 개정을 초당적으로 논의한 것이 16대 국회 이후로 처음"이라며 "정치가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면 안 된다는 데에 이번만큼은 정치권 내 개혁의지가 크기 때문에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당리당략은 전부 내려놓고 오로지 국민과 미래를 내다보면서 초당적으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시간에 쫓겨 시행착오로 (잘못된) 제도를 만들지 않도록 여러 의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임을 주도한 조해진, 정성호, 심상정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모여 선거법 개정 방향을 논의해왔다. 이들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을 1여년 앞둔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여야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토론이 있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제도적 대안을 놓고 검토·심의하는 백가쟁명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초당적 모임 참여를 제안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하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법 개정시한으로 3월을 제시하면서 국회 내 정치개혁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더 나아가 대통령 4년 중임제 도입을 위한 개헌을 제안했다.
특히 정치권에선 여야 합의없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행 도입했다가 위성정당 꼼수만 벌어진 지난 총선을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당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했었다. 결국 우리 정치에 오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결론을 내게 돼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배 의원은 이날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법정 시한 전에 정해야 할 것부터 먼저 논의하고 나머지는 추후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같은 당 조해진 의원도 "(선거제 관련) 정치관계법만 해도 여야가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데 권력구조를 다루는 개헌까지 갈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초당적 모임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상임위원회 의결을 별도로 거치면서 여야 합의가 깨질 수도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한 초선 의원은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해 참여하게 됐다"면서도 "자신들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고 법정 시한이 코 앞인데 쉽게 합의가 되겠느냐"고 했다.
이미 내년 총선이 아닌 그 이후 총선으로 개정을 미루자는 목소리도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법은 정당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총선 전까지 원만하게 협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급적 차기 총선에서 (적용할 법을 만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차기 총선을 위한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초당적 모임'이 이해관계를 밀도있게 조정하는 '하드캐리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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