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만 14번, 치료시기 놓쳤다” 정유엽군 유족, 국가 소송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의료공백 고 정유엽 사망 책임규명을 위한 손해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2020년 3월 신천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시기. 당시 17세였던 정유엽 군은 고열과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폐렴 증상을 보였으나 ‘코로나19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집 근처 경산중앙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했다.

뒤늦게 입원한 영남대병원에서는 코로나19 검사만 13번을 받았다. 정군은 총 14번이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사이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채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폐렴으로 사망했다. 정군의 부모는 음압실에서 죽은 아들의 임종조차 못했다.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정유엽 사망 대책위원회’(대책위)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6일 국가와 경산중앙병원, 영남대병원, 경산시를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군은 2020년 3월 10일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외출한 후 저녁부터 고열 증세를 보였다. 이틀 뒤 열이 더 심해지자 정군은 선별진료소가 있는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으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영남대병원에 입원했으나 발열 엿새 만에 숨졌다. 사인은 폐렴이었다.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는 기자회견에서 “유엽이는 국민의 일원으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했는데도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엽이의 죽음에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국민제안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는데 여러 부서를 전전하다가 보건복지부에서 불채택됐다는 통보만 받았다”며 “이에 간절함을 담아 사법부에 호소하고자 한다”고 했다.

소송대리인단의 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경산중앙병원은 신속한 선별진료와 안내 의무를, 영남대병원은 1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하면서도 적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의무를, 경산시와 국가는 공공의료체계·방역대책 수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들의 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