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멈춘다' 굳게 믿는 증시…확신 근거 있나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장에 널리 퍼진 긴축 종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긴축 종료가 현실화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시장은 보고 싶은 것에 베팅한다. 물론 경기 침체 등 펀더멘탈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근거로 작용한다. 반면 '침체' '위기'가 증시에 호재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단기 기대감이 과하다며 상승폭이 클 수록 낙폭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스피 지수는 개장 이틀째인 1월3일 종가 기준으로 2218.6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3일 종가 2386.09를 기록했다. 지난 4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고 160포인트가 넘게 상승했다. 16일도 상승세를 이어가 약 한 달 만에 2400선을 넘기기도 했다.
증시의 단기 강세는 무엇보다 긴축 종료 기대감이 강하게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임금 상승률 둔화세가 확인되자 2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베이비스텝(25bp 금리 인상, 1bp=0.01%)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지난 9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만에 60.22포인트가 급등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대로 둔화하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금리 인상폭을 줄인 것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확신'에 가까운 시장의 믿음에 대한 근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여전히 신중하고 매파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태도뿐만 아니라 세계은행도 고금리 기조 유지를 전망한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세계은행(WB)은 2023년 1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6월 전망(3.0%) 대비 1.3%포인트 내린 1.7%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제시한 주요 위험은 주요 선진국의 추가 긴축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고, 신흥·개도국 금융 취약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2월 FOMC 회의부터 금리의 상승폭이 줄어든다 해도 금리의 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주식시장의 빠른 상승세가 오히려 정책 당국의 피봇(입장 선회)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통화정책 이완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어도 긴축정책은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를 시장 참여자들이 통화 이완의 신호로 보고 주식시장이 빠르게 상승하고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방향과는 다르게 하락한다면 통화당국의 정책 효과는 당연히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식시장에 직접 부담이 될 경기 침체는 점점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지표는 악화 중이다. 12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서비스업 PMI도 49.6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55.1을 하회했다.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경기 악화는 드러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크게 오른 주가가 오히려 주식 시장에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에도 근거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방향성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고 그 때 상승폭이 크다면 그 괴리만큼 낙폭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하 기대는 정점을 향해 가는데 펀더멘털은 악화되고 있다"며 "'Bad Is Bad, Good Is Bad'(나쁜 소식도 나쁘고 좋은 소식도 나쁜) 국면에 대한 경계심리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폭을 줄인 한국은행도 물가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히 크지만 경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물가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1월 기준금리 인상 명분은 충분히 존재했지만, 그러나 물가 재상승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성장 약화 우려를 높인 점은 향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며 "총재는 이번 인상을 끝으로 마무리라는 해석을 경계하고, 금리인하 논의도 시기상조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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