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김시우, 아내 앞에서 3타 차 역전 우승·통산 4승 달성

‘사랑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지난해 12월 18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오지현(27)과 결혼한 새신랑 김시우(28)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4승에 입맞춤했다.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결혼 후 첫 출전한 대회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머쥐며 새신부에게 최고의 ‘신혼 선물’을 건넸다.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소니 오픈(총상금 790만 달러·98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타를 줄였다. 나흘 간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해 헤이든 버클리(미국¤17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142만2000달러(17억5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획득했다.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에 이어 2년 만에 챔피언 트로피를 추가했다. 한국 선수가 소니 오픈에서 우승한 건 2008년 최경주(53) 이후 15년 만이다.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2라운드까지 공동 16위에 처져있던 김시우는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선두 버클리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았다.

1~3번(이상 파4) 홀, 3연속 버디로 산뜻하게 출발해 1타 차 2위로 올라선 김시우는 6번(파4) 홀부터 보기~버디~보기~버디를 적어내며 전반을 버클리에 1타 뒤진 15언더파로 마쳤다.

챔피언조의 버클리가 11번(파3) 홀에서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가 된 김시우는 12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아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김시우와 버클리의 숨막히는 승부가 시작됐다. 버클리는 12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1위로 올라선 후 14번(파4) 홀에서 재차 타수를 줄여 1타 차 단독 선두로 앞서갔다. 하지만 15번(파4)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둘은 세 번째 공동 선두가 됐다.

김시우에게 우승의 원동력이 된 건 17번(파3) 홀이었다. 버클리가 16번(파4) 홀에서 버디를 잡아 17언더파로 다시 앞서간 직후, 17번 홀에 있던 김시우는 극적인 칩인 버디를 성공시켜 다시 동타를 만들었다. 티샷이 그린을 지나쳤지만 8.5m 거리의 칩샷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고, 김시우는 우승을 예감한 듯 주먹을 불끈 진 채 포효했다.

칩인 버디의 기세는 18번(파5) 홀로 이어졌다. 벙커에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 18언더파를 완성하고 먼저 경기를 끝냈다.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을 준비 중이던 김시우는 버클리의 18번 홀 버디 퍼트가 빗나가자 오지현과 포옹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신혼여행을 겸해 하와이로 건너간 김시우는 “17번 칩샷을 앞두고 (버클리 버디 때 나온) 16번 홀의 함성 소리를 듣고 난 잃을게 없다고 생각해 공격적으로 샷을 했다”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아내 응원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첫 승에 도전했던 버클리는 마지막 순간 김시우에게 고배를 마시고 데뷔 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PGA 2부 콘페리투어 신인왕 출신인 ‘루키’ 김성현(24)과 안병훈(32)은 나란히 12언더파 공동 12위에 자리했고, 이경훈(32)은 10언더파 공동 28위에 랭크됐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