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직접 뿌리고 다녀요”... 하락장에 고전하는 공인중개사들

이미호 기자 2023. 1. 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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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기준, 1209곳 폐·휴업
‘원정 홍보’ 나서며 각자도생
”매매는 커녕 전월세도 안 돌아”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공인중개사 A(62)씨는 새해 들어 ‘전단지 돌리기’를 시작했다. 전단지에 매매든 전·월세든 ‘거래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물건의 평형, 가격, 특징을 직접 적어 가깝게는 일원동부터 멀게는 세곡동까지 인근 부동산으로 이른바 ‘출장’을 다니고 있다. 김씨는 “매매 거래가 안 된지 벌써 수개월째”라며 “이대로 앉아만 있다가는 사무실 유지비도 못 낼 형편이라 적극적으로 물건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뉴스1

주택경기 하락에 부동산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공인중개사들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공동 중개’ 이점을 살려 다른 지역까지 원정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중개수수료 할인 등 혜택도 내놓고 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하반기부터 본격 급감했다. 3월 1423건, 4월 1746건, 5월 1727건, 6월 1061건으로 상반기 1000건이 넘었던 거래량은 7월 637건, 8월 669건, 9월 606건, 10월 557건, 11월 732건, 12월 637건에 불과하다. 작년 한해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도 총 63건 거래되는데 그쳤다.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다.

1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64.1로 여전히 100보다 한창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을 닫는 공인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개한 ‘전국 개업공인중개사 개·폐업 현황’ 따르면 지난해 11월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103곳이었다. 휴업까지 합하면 총 1209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1월부터 따지면 가장 많은 숫자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1000건 미만이었던 월별 폐·휴업 건수는 6월 1155건, 7월 1013건, 8월 1066건, 9월 1058건, 10월 108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1000곳이 넘는 사무소들이 망하거나 영업을 중지했다는 뜻이다.

신규 개업도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1993곳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점점 줄면서 7월에는 1074건을 기록했다. 이후 8월 906건, 9월 918건, 10월 837건, 11월 853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거래절벽 현상’이 작년 하반기부터 심화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공인중개사들은 전·월세 거래라도 자주 이뤄져야 ‘먹고 살 수 있다’고 호소한다. 최근 전단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A씨는 “지금 매매든 전세든 월세든 따질 때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단 1건이라도 거래된다면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했다.

강서구 가양동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B공인중개사는 “대기표까지 뽑아야 집을 볼 수 있던 때도 있었는데, 그런 시절이 언제 있었나 싶다”면서 “전·월세라도 거래가 돼야 사무실 임대료라도 내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이 그만두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공인중개소는 대부분 월급제로 운영되지 않는다”면서 “말 그대로 본인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셈인데 물건을 못 가져오면 결국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수수료 할인’이라는 혜택도 내걸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골 고객이나 지인 중 급매로 내놓은 경우 수수료 할인 등을 약속했지만, 그마저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문의만 있고 거래가 없다. 심지어 전·월세도 돌지를 않는다”며 “중개소 운영했던 20년간 3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이번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고 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중개사무소들은 상황이 조금 낫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다 보니 기본적으로 문의는 꾸준히 있다”면서도 “하지만 거래 건수는 예년 평균보다 많이 적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는 폐업하는 중개사무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당장 시장이 활발해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투잡을 뛰는 등 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가 규제 완화 정책을 잇따라 내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 등으로 효과가 당장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 차원에서 공인중개사들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관련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등 ‘홍보 채널’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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