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지각’ 마이클 볼턴…분노한 관객들, 평점 테러·환불 요구

정혁준 2023. 1.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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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무대 2시간 뒤에야 주인공 볼턴 등장
1시간 동안 10곡 부르고 앙코르 없이 퇴장
볼턴 초청 기획사의 미숙한 진행 입길 올라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 중인 마이클 볼턴. 케이비이에스(KBES) 제공

14일 저녁 6시15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앙코르, 마이클 볼턴 라이브 인 서울’ 공연이 시작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15분 늦었지만,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무대에 나온 이는 볼턴이 아니었다. 가수 유미가 게스트로 오프닝 무대에 선 것이다. 유미는 ‘별’ ‘바람기억’ 등 5곡을 부르며 “마이클 볼턴 공연에 게스트로 함께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했다.

저녁 6시45분, 유미 공연이 끝났다. 아무런 안내 없이 10여분이 흘렀다. 그러자 객석에서 “마이클 볼턴 오는 거냐, 안 오는 거냐” “완전 사기다” 같은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녁 7시,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JTBC)으로 주목받은 가수 정홍일이 다음 게스트로 무대에 나왔다. 정홍일은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레인’ ‘모난 돌멩이’ ‘숨 쉴 수 있다면’ 등 헤비메탈 기반의 8곡을 불렀다. 정홍일은 “볼턴 형님도 헤비메탈로 시작하셨다. 저 역시 꿋꿋하게 헤비메탈 음악을 계속하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록 음악도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녁 7시40분, 정홍일의 무대가 끝났다. 이후 또 무대 전환을 위한 시간이 흘렀다.

밤 8시, 마침내 볼턴이 무대에 나타났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을 목 빠져라, 기다리던 관객들은 환호로 반겼지만, 애초 공연 시작 시간인 저녁 6시부터 흐른 2시간은 관객의 맥을 빠지게 할 만한 긴 시간이었다.

뒤늦게 등장했는데도 볼턴은 전설다운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백발 머리에 검은색 옷차림으로 나온 볼턴은 검은 기타를 매고 첫 곡으로 ‘스탠드 바이 미’를 불렀다. 이어 “얼마 전 이태원에서 많은 분이 희생되셨다. 그분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장 전체는 30여초 동안 침묵과 함께 이태원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마음을 나눴다. 애초 이번 공연은 지난해 11월 개최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참사로 공연을 연기했던 만큼 의미를 더했다.

1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공연 중인 마이클 볼턴. 케이비이에스(KBES) 제공

볼턴은 칠순의 나이에도 특유의 허스키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하우 엠 아이 서포즈드 투 리브 위드아웃 유’ ‘웬 어 맨 러브스 어 우먼’ 등 10곡을 불렀다. 볼턴은 후렴구 대목에선 마이크를 관객석에 넘겨 ‘떼창’을 이끌었다. 볼턴의 무대는 1시간 만인 밤 9시께 끝났다. 관객들은 아쉬움에 “앙코르”를 외쳤지만, 볼턴은 다시 무대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무대는 볼턴이 2014년 이후 9년 만에 펼친 내한공연이었지만, 공연기획사의 미숙한 운영으로 빛이 바랬다. 관객 항의가 이어지자 공연기획사 케이비이에스(KBES)는 다음날인 15일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려 “다소 관람 연령층이 높다 보니 자동차로 오신 분들이 많아 주차 등으로 지연이 발생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게스트 무대가 길었던 점에 대해선 “15분 공연 지연으로 게스트 2팀의 공연 시간 단축을 각 아티스트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인터파크티켓 공연 후기엔 불만이 쏟아졌다. ‘별점 1개도 아깝다. 진짜 최악 중 최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관객은 “공연 보신 분들 다 같이 환불 요구하고, 함께 행동해야 할 문제로까지 보이네요. 과장광고, 허위광고, 끼워팔기에 아마추어란 말도 붙이기 어려운 진행까지 진짜 최악이네요”라고 썼다. 16일 오후 현재 공연 평점은 10점 만점에 3.1점에 그쳤다. 제주, 대구 등 지역에서 서울까지 찾아온 관객의 불만이 특히 컸다.

15일 둘째 날 공연에선 저녁 6시부터 게스트 가수 케이(K)2 김성면과 소향이 노래한 뒤 볼턴은 저녁 7시20분께 무대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 전날과 달리 이날은 앙코르 요청을 받아들여 ‘타임, 러브 앤드 텐더니스’를 열창했다고 한다.

가수 마이클 볼턴. 케이비이에스(KBES) 제공

둘째 날 공연을 관람한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내한공연은 얼마나 좋은 가수가 무대에 서느냐도 중요하지만 운영하는 쪽이 얼마나 준비를 잘하는지도 무척 중요하다”며 “이번 공연 자체는 좋았지만 운영은 그렇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보통 내한공연에 게스트 오프닝 무대가 있으면 에스엔에스(SNS)나 현장에서 미리 각 무대 시간표를 알려주는데, 이번 공연에선 그런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아 관객의 분노를 낳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빌리 아일리시 내한공연은 2만여석이 꽉 찼지만, 이번엔 이틀로 나눠 공연하다 보니 빈자리가 많았다”며 “공연을 하루로 줄이고 마이클 볼턴 무대 시간을 좀 더 늘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공연기획사 케이비이에스는 일부 관객들의 환불 요구에 대해 “현재 논의 중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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