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억 선 와르르"…광명 아파트값 3년 전 가격대로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3년 전 가격대로 돌아갔네요. 10억대이던 가격선이 무너졌어요. 적어도 올 봄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 같다는 얘기들이 많아요."
각종 개발 호재와 생활 및 교통 인프라 이점을 가졌는데도 집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아 서울 노원, 관악 등과 함께 저평가된 부동산 시장으로 손꼽히던 광명시 일원. 최근 들어 가격대가 속속 10억 선에서 이탈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주말 주변 중개업소를 찾아보니 당분간 딱히 분위기 반전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며 "봄까지는 이대로 갈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광명은 서울 전화번호를 사용할 정도로 서울에 바짝 붙어 도심 진입이 수월하고, KTX 광명역, 이케아 광명점, 중앙대학교 광명병원 등 생활 인프라가 마련돼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상승장 시절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는 이곳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직격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KTX 광명역을 마주 보고 있는 '광명역유플래닛데시앙' 전용 84.863㎡는 이달 9억9천500만원(31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동일면적대 매물 2건이 13억(20층), 13억7천500만원(37층)에 거래됐다. 최고 3억8천만원이 떨어진 데 이어 10억 선마저 깨졌다. 지난 2020년 1월 같은 면적대의 18층 매물이 9억4천110만원에 거래됐다. 가장 거래된 매물이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3년 전 가격대로 돌아간 것이다.
광명역유플래닛데시앙과 맞닿아 있는 '광명역써밋플레이스' 역시 지난해 견고하게 유지됐던 10억 선이 무너지면서 지난해 말 2~3억원 떨어진 가격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단지의 전용 59.682㎡는 지난해 2~9월까지 10억원(27층, 34층)~10억8천만원(33층)에 팔렸는데, 같은 해 11~12월 두 달 동안 매물 4건이 7억3천만원(26층)~7억8천만원(35층)에 거래됐다. 3년 전인 지난 2020년 1월 거래된 동일면적대 매물의 실거래가 8억9천700만원(24층)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광명역과 광명새빛공원 사이에 있는 '광명역센트럴자이'도 실거래가 기준 10억 선이 위협받고 있다. 단지의 전용 84.987㎡는 지난달 10억1천만원(17층)에 거래됐는데, 앞서 같은 해 2월과 4월 12억3천만원(11층)에 계약이 완료됐다. 현재 단지의 동일면적대 최저 호가는 10억원이다. 또한, 같은 해 4월 13억4천만원(20층)에 팔린 단지의 전용 84.858㎡의 호가는 9억9천만원(23층)으로 해당 거래가 이뤄진다면 10억 클럽 선에서 이탈하게 된다.
광명역 일원 U부동산 대표는 "단지별로 다르지만, 올해 들어 광명역 인근 시세가 3~4억원 떨어졌다. 아직 실거래 등록은 안 됐지만, 최근 국민 평형이 9억원 중반대에 팔린 것으로 전해지는데, 올봄까지 하락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역이 하락장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집을 팔고 오려는 사람들보단 금리는 높지만, 대출 규제 완화와 비교적 저점에서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광명 일직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광명역 대장주 중 많이 떨어진 곳은 5~6억원까지 하락했다"며 "정부가 완화책을 펼치면서 집주인(매도자)들 위주로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서 하락장에 진입하려는 예비 매수자들과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억 선에서 하나둘 이탈하면서 예비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동시에 기대감도 적지 않은데, 본격 이사철이 되는 3~4월까지 소폭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다만, 비이상적인 상승기 치솟았던 분위기와 달리 광명역 역세권, 생활 및 교통 인프라가 하방경직성 요소여서 또다시 수억원씩 폭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매수 심리가 금세 되살아나 가격대를 밀어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는 규제 완화 기조와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짧은 기간 내 매수 심리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거래절벽이 길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9억원 이하 주택 거래비중이 이전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된 기준금리와 경기 침체 및 집값 하락 우려 등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아, 단기간 내 신규 수요 진작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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