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읍 위원장 양곡관리법 직권 상정으로 일격…野 "여기가 농해수위인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에서 직권상정되자 격하게 반발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이 법안은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단독으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이날 이 법안을 위원장 직권으로 상정해 다시 논의토록 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본인들이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절차에 부친 양곡관리법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지금 본회의 부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왜 지금에 와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에 대해 토론을 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법사위가 고유의 체계·자구 심사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을 잡고 있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 2021년 국회법을 개정한 것"이라며 "오늘 법사위의 양곡관리법 직권상정은 국회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도 "쌀값이 너무 떨어져서 민생이 어려운 농민들의 사정을 정부가 시장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라며 "법안에 쌀의 과다 생산을 막는 조항들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에 대한 농해수위 논의·의결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내용상 문제 있는 법인데다, 민주당 단독 의결이라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조수진 의원은 "상임위에서 통과될 때 '재적 5분의 3' 요건을 채우기 위해 '무늬만 무소속' 의원을 이용했다.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며 "특히 해당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 이름으로 모은 돈을 유용한 혐의로 논란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농해수위 직회부 의결 당이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포함한 야당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킨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타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에 대해 여야가 같이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양곡관리법은 민주당이 농해수위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일방적으로 본회의 부의를 의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단독 위원장직권으로 상정하도록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은 "남는 모든 쌀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입법을 개정하는 것은 헌법 기본질서와 평등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 자체가 이미 국회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올라왔다"며 "그런 경우에도 반드시 여야 간사 합의로만 의사 일정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면 60일 이후에는 저절로 본회의로 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우선 국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양곡관리법의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과 관련해선 저나 국회 차원에서 법리검토가 충분히 됐고, 여전히 법사위 계류 법안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법이 통과된 이후를 시뮬레이션 하니까 쌀값 안정 문제, 이런 게 해소가 안 된다"며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여야 의원들은 양곡관리법을 두고 김인중 농림식품부 차관과 1시간 넘게 질의 응답을 이어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정책적 효과, 농업정책 전반의 형평성 문제, 쌀농사의 현실에 관한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체계·자구 심사'라는 법사위 본연의 권한과 다른 내용이다. 김 차관도 여당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문제 개선 난항 △쌀 공금과잉 구조에 따른 다른 분야 투자 감소 △재정 제약 등의 입장에 조심스럽게 동의하는 의사를 밝혔다.
당초 정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쌀 생산량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이런 야당의 본회의 직회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갑자기 법사위가 농해수위가 되어버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런 것 때문에 법사위가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방어가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데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인가"라고 맞받아졌다. 그는 이후 양곡관리법을 법안심사 2소위로 넘겼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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